여기에 하루에 돈을 한 푼도 안 쓰는 '0원 지출', 절약 인증을 남기는 '무지출 챌린지' 등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 합성어)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놀이처럼 성행하면서 유통업계는 '알뜰 소비' 마케팅 강화 등 공격적인 할인행사에 주력하고 있다.
14일 이투데이가 통계청 산업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까지 백화점 소매판매액은 15조 50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난 반면 대형마트는 14조1257 억 원으로 2% 감소했다. 특히 거리두기가 본격 완화한 4~5월에는 소매업 중 면세점과 함께 대형마트가 기저효과 등으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탄력세를 이어가기 위해 백화점은 식품, 의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프리미엄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레스토랑과 손잡고 프리미엄 애플망고 빙수를 내달까지 한정으로 판매한다. 백화점 바이어가 제주도, 전라남도에서 직접 공수한 원료로 만든 이 빙수로는 한 그릇에 5만 원에 육박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020년 프리미엄 상업시설을 콘셉트로 론칭한 '고메이494 한남' 식품관을 부분 리뉴얼하면서 위스키 전문샵을 새롭게 선보인다. 맥캘란, 발렌타인뿐만 아니라 발베니 30년, 달모어 40년과 같은 고가의 위스키도 판매한다.
대형마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쿠팡 등 이커머스업체의 '초저가 상품'에도 수요가 쏠리고 있다. 삼정KPMG 조사 결과 쿠팡을 제외한 다른 유통사 제품 가격은 주요 4개 소비자 카테고리(컴퓨터ㆍ전자정보통신기기 및 가전제품, 일용소비재, 신선식품, 비신선식품)에서 쿠팡 대비 약 25~60% 높게 나타났다.
'타임딜', '초특가' 등 가격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삼아 탄생한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관련 상품도 호조세다. 티몬의 알뜰쇼핑 지난달 매출은 전월대비 약 93% 늘었다. 주요 생필품인 식품, 리빙 등 카테고리는 각각 66%, 59% 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고가상품군에 해당하는 노트북, 가전 등 디지털 상품군이 38배 가까운 증가 폭을 보였다.
2013년 5월 업계 최초로 '최저가 보상제'를 실시한 위메프 역시 같은 기간 유통기한 임박상품 매출이 전월대비 42%가량 올랐고, 낙과, 반품, 중고가전 등의 매출도 각각 17%, 11%, 6% 늘었다. 최저가 보상제는 같은 조건의 같은 상품이 온라인 오픈마켓, 종합몰 전체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 중일 때 차액을 위메프 포인트로 보상해주는 서비스다.
중간에 낀 대형마트는 공격적인 할인 공세를 펼치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가격의 끝'을 선언하며 2주 간격으로 초저가에 물건을 팔겠다고 공언한 이마트는 저가 프로젝트를 확대한다. 지난 4일 가격을 내리겠다고 발표한 40대 품목의 46개 상품 중 28개 상품 가격은 이날 기준 프로젝트 개시 때보다 최고 12% 가까이 추가로 내렸다.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연초부터 진행해온 홈플러스는 최근 초절약 초복 대전을 추가로 열었다. 생닭뿐만 아니라 집밥 보양식 재료를 최고 40% 할인가에 판매하고, 수입산 육류, 여름 제철과일, 여름 면류 할인 행사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한국은행의 금리 빅스텝에 고환율 현상까지 악재가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라면서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로 럭셔리 또는 초저가에만 소비가 몰리면서 10년 전 유통가 저가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