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대구·대전서 청약 미달 줄이어
아파트 분양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은 최근 들어 대폭 낮아졌고, 부동산 규제 완화가 시행된 이후에도 대구 등 일부 지역은 청약 미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도 이달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발(發) 청약 심리 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시흥시 월곶동에 짓는 ‘시흥 센트럴 헤센’ 최고 가점은 전용면적 84㎡B형 기준 51점(기타지역) 수준이다. 전용 84C㎡형 최고 가점은 39점(해당지역)에 그친다. 이 단지는 1순위 해당지역 기준으로 일부 미달이 발생하는 청약 열기가 한풀 꺾였다.
이는 올해 초 같은 지역 내 청약 열기와 정반대다. 지난 1월 시흥시 신천동에서 분양한 ‘신천역 한라비발디’는 최고 가점이 전용 84㎡형 기준 74점에 달했다. 두 곳 모두 고분양가 논란을 겪었지만, 1월 분양과 달리 이달 분양한 시흥 센트럴 헤센은 상대적으로 저가점 통장도 당첨될 정도로 경쟁률이 낮아지는 등 시장 분위기가 식은 것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은 대구 역시 청약 시장 침체가 이어졌다. 11일부터 14일까지 청약을 받은 수성구 만촌동 ‘엘크루 가우디움 만촌’은 전 평형에서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2순위 기타지역 신청까지 받았지만 총 37가구 모집에 14가구만 청약통장을 썼다.
4일부터 7일까지 수성구에서 분양한 ‘시지 삼정그린코아 포레스트’와 ‘범어자이’ 역시 청약 미달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범어자이는 대형 건설사가 짓는 브랜드 단지임에도 전용 114㎡형 평형을 제외한 전용 84㎡형 5개 평형 모두 미달했다. 이 밖에 대전 동구에선 같은 기간 신청을 받은 ‘대전 스카이자이르네’는 전용 84㎡D형에서 2순위 신청까지 받았지만 결국 미달됐다.
정부는 대구 수성구와 대전 동구를 지난달 말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조정했다. 투기과열지구는 조정대상지역보다 1순위 청약자격 기준과 재당첨제한기간 규정 등이 더 강하다. 규제가 소폭 조정됐지만, 청약 결과만 놓고 보면 그 효과는 사실상 규제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렇듯 최근 청약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에 따른 부동산 시장 경직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4월보다 0.7% 늘어난 2만7375가구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은 미분양 가구가 688가구로 전월(360가구)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경기 역시 2449가구로 전월 대비 14.1% 늘었다.
아파트 분양 경기는 두 달째 악화 중이다. 주택산업연구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전망지수는 70.4로 집계됐다. 해당 지수는 지난 5월 87.9에서 지난달 70.9로 하락한 뒤 이달에도 70.4로 떨어졌다. 특히 대구는 60.0, 대전은 68.4를 기록해 전국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수도권도 지난달 81.0에서 이달 75.7로 급락했다. 경기는 77.7에서 66.7까지 내렸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분양경기가 좋을 것으로, 100 이하면 나쁠 것이라고 예상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뜻이다.
분양시장 침체는 기준금리 인상과 주택 매수심리 악화로 시작된 만큼 경제 상황이 급반전하지 않는 이상 하반기 이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주산연은 “대전과 대구 등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했으나, 기준금리 상승과 경기침체에 따른 우려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