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게시판 관리자 세포가 등장한다. “웅이가 내 인생의 남자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는 유미의 말에 세포는 “미안하지만 웅이는 남자주인공이 아니야”라고 답한다. 남자 주인공이 누구냐고 되묻는 유미에게 게시판 관리자 세포는 말한다.
“남자 주인공은 따로 없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명이거든”
그렇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유미’ 한 명이다. 보통 로맨스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다르다. 시즌이 바뀌면 주인공의 애인도 바뀐다. 평범한 30대 직장인 유미의 연애와 일상을 그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이다.
드라마의 흥행으로 미소 짓는 곳은 티빙뿐만이 아니다. 원작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을 보유한 네이버도 주목받고 있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은 5년의 연재기간 누적 조회 수 32억, 누적 댓글 수 500만 개를 기록했던 네이버의 대표 인기 웹툰이다. 완결 이후에도 꾸준히 독자들을 끌어모으며 누적 조회 수 35억 회를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 IP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슈퍼 IP를 확보하기 위한 콘텐츠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슈퍼 IP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재생산이 가능한 IP를 말한다.
특히 웹툰과 웹소설은 다른 장르로 확장되는 원천 IP로 주목받는다. 웹툰 ‘신과 함께’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탄생했고, 웹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웹툰, tvN 드라마로 제작됐다.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D.P.’, ‘여신강림’, ‘미생’ 등도 모두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최근 제작되는 드라마의 절반 이상이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기가 검증된 웹툰, 웹소설 IP를 활용하면 원작의 인기를 잇는 동시에 불확실성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웹툰·웹소설 IP로 제작된 드라마나 영화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IP가 되어 스핀오프, 시즌제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다.
슈퍼 IP는 해외로 판매되기도 한다. 다음 웹툰 원작의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방영 당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 일본에서 ‘롯폰기 클라쓰’로 리메이크 됐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확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동건 작가는 지난해 7월부터 네이버에서 ‘조조코믹스’를 연재하고 있는데, 작품은 ‘유미의 세포들’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조조코믹스’의 주인공들은 유미의 전 남자친구 구웅이 설립한 회사 구웅게임즈의 직원들이다. 독자들은 이 작가의 작품들이 공유하고 있는 세계관에 ‘이동건 유니버스’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같은 거대 IP가 탄생할 수 있을까. 잘 만든 웹툰 하나가 장르와 플랫폼, 국경의 경계를 허물고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