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주목
애플, 매년 신제품 내놓지만 수리 용의성 부족
“재활용 등 새 테크 문화 조성하면 세상 다시 바꿀 것”
잡스는 떠났지만, 그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애플은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와 경제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애플에도 새로운 움직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최근 보도했다.
애플에 요구하는 여러 목소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순환경제 동참이다. 순환경제란 재활용을 포함한 자원 절약을 통해 지속 가능한 활동을 추구하는 경제 모델로,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책을 모색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애플이 그간 기후변화에 둔감했던 것은 아니다. 애플은 올해 보고서에서 재활용 소재나 재생가능 에너지 이용 등에서 성과를 보였다고 자화자찬했다. 또 거래 등으로 회수한 제품 1220만 대를 수리해 새 고객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순환경제를 주도하는 업계 반응은 사뭇 다르다. 아이픽스잇의 카일 빈스 설립자는 “애플은 문제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효과적인 해결책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아이픽스잇은 아이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분해해 수리 매뉴얼 정보를 제공하고, 브랜드를 평가하는 업체다.
회사는 ‘부품 교환 용이성’ 측면에선 애플 제품들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데 필요한 ‘수리 용이성’에선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짚었다. 실제로 2016년까지 신제품 평가에서 7점을 받던 아이폰이 그 이후로는 6점에 그치고 있고, 심지어 최근 몇 년간 발매된 아이패드나 맥북은 부품 간격이 너무 좁아 수리를 방해한다는 혹평 속에 1~2점을 받는 굴욕을 겪었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하는 구글은 수리하기 쉬운 제품 설계를 통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엔 아이픽스잇과 협력해 순정 부품(제조사가 만든 전용 부품) 판매도 시작했다.
수리한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프랑스 스타트업 백마켓에 따르면 고장 난 스마트폰의 폐기로 발생하는 쓰레기는 1대 당 199g 수준이다. 반면 중고품 정비 과정에서 부품 교환 등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는 24g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이유로 매년 혁신적인 제품이라며 신형 모델을 발표하는 애플이 구형 아이폰도 계속 애용될 수 있는 방책을 대담하게 펼쳐야 한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에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는 2030년까지 순환경제를 통한 경제효과가 4조5000억 달러(약 590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퍼 시장은 한 국가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며 “한 국가에서 신제품으로 나온 스마트폰이 정비 후 다른 국가의 제2, 제3의 이용자에게 건너가면 기술 혜택을 받는 인구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잡스의 “오늘 역사를 만든다”는 말로 시작한 2007년 발표회에서 애플은 초대 아이폰을 선보이며 세상을 바꿨다. 하지만 세상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구형 아이폰이야말로 ‘쿨(Cool)’하다는 테크 문화를 조성하면 애플에 새로운 훈장이 될 것이라고 닛케이는 조언했다.
※ 용어설명 순환경제
자원 절약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 적극적인 재활용, 폐기물 소각·매립 최소화, 폐자원 활용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