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尹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의 의미와 과제

입력 2022-07-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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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명예교수, BNE 컨설팅 고문, 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 

6월 29~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나라 처음으로 스페인에서 개최된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하였다. 유럽의 집단안보체제로서 나토는 2000년대에 들어 구소련체제하에 있던 중·동부유럽국가들을 대거 편입하였고 이는 동진(東進)의 위협을 느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원인이 되었다. 러시아의 침공은 역설적으로 그간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이고 있던 스웨덴과 핀란드를 나토에 참여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번에 나토는 우리를 포함하여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참여시켜 서진(西進)까지 완성함으로써 미국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주요 국가들까지 포괄하는 명실공히 자유국 안보동맹의 맹주로 등극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달 출범을 신고한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와 유럽지역의 TTC(무역기술위원회)까지 경제동맹의 완성과 더불어 미국은 명실공히 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체제의 도전을 견제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 미국과 양자 차원의 동맹이 IPEF와 나토를 포함하는 유럽과의 공조로 다자차원의 경제 및 안보동맹으로 확대된 것이다.

인도·태평양지역 중 동아시아에서의 공조체제를 확립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지는 이번 나토회의 때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났다. 결국 이번 회의로 우리 또한 유럽으로의 안보 확장과 동북아 역내국가 간 공조체제에의 적극적인 참여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통령의 행보 중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그간 국내에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던 원전과 우리 방위산업의 대유럽 세일즈외교이다. 우리도 유럽과 안보 측면의 동맹에 가담하는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성공하지 않은 정상회담은 없다”고 한다. 이번 나토정상회의 때 가진 한·미·일 정상회담은 그간 ‘약한 고리’라고 평가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안보동맹을 완결하였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은 쿼드(QUAD)와 오커스(AUKUS)를 통하여 안보동맹을 확장하였지만 동아시아지역은 양자간 조약으로 동맹을 대신하였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는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동맹과 중국을 중심으로 러시아, 북한이 참여하는 권위주의 동맹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자국의 ‘국익’(national interests)을 우선으로 하는 냉엄한 사회다. 동맹 속의 한국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지 면밀히 검토하여 국익을 극대화하는 한편, 손실을 최소화하는 고도의 합리적인 계산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동맹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결국 맹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나라가 거래의 대상이 된 사례는 우리 역사에도 많이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과 명나라가 조선을 두고 흥정하였고, 1945년 해방 당시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기준으로 국토를 양분하는 데도 우리는 없었다.

우리가 취한 동맹 구도가 명확해지면서 중국의 반발과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그간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었다. 그러나 완제품의 경우 중국은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경쟁상대일 뿐만 아니라 그간 대중국 경상수지 흑자를 가능케 했던 부품, 소재 등에 대한 수출도 자국 제품의 개발로 우리 기업은 중국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런 사실을 주목한다면 이번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통한 유럽과의 연계는 안보 측면에서는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으로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유럽은 기존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비롯하여 조선, 방위산업, 원전 등 중화학기술 제품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韓流) 연계 상품으로 소비재까지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다. 몇 년 전 필자가 영어로 개설한 국제협상론 강좌에 미국, 영국, 독일, 체코, 프랑스, 멕시코 등 13개국 학생이 수강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로부터 K-팝 등 한국문화 상품에 매력을 느껴 한국을 선택하였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문화연계상품으로서 우리 소비재의 유럽 진출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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