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의 팬들 사이에선 간접광고(PPL)를 상상하는 놀이가 유행한다. PPL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우영우’에도 상품이나 장소가 등장할 때마다 광고를 적용해보는 게 팬들의 문화가 됐다.
우영우의 인기 요인은 재미와 감동을 살린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극 중 과하지 않은 PPL 설정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원래 이 드라마는 SBS에서 방영될 예정이었지만, KT의 공격적인 투자·지원에 편성을 ENA로 바뀌었다. KT로부터 200억 원가량을 지원받은 덕분에 PPL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 것으로 알려졌다.
PPL이 노골적으로 등장하지 않자 팬들 사이에선 어떤 PPL을 쓰면 어울릴지 상상하는 글도 나온다. 우영우 드라마 커뮤니티에서 한 팬은 “S사의 헤드폰을 쓰고 출근하며, 점심으로 K 김밥 브랜드를 먹고, 야근하며 J사의 홍삼스틱을 꿀꺽”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뷰티 제품 중에서는 G스틱밤이 놀이제품으로 선택됐다. G스틱밤은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과다 노출되는 PPL 제품 중 하나다. 우영우 드라마의 협찬사이기도 하지만 아직 드라마에 G스틱밤이 노출된 적은 없다.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비용은 TV수신료나 광고로 충당된다. 최근 방송사의 드라마에는 ‘본 방송은 간접 광고(혹은 가상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광고를 실었다는 걸 대놓고 표기한 만큼 PPL이 여기저기서 사용된다.
예컨대 대기업 임원이 회의 도중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이 제품 괜찮네요’라고 하고, 등교하는 아이를 붙잡고 건강기능식품을 먹이기도 한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20%를 넘은 드라마 ‘도깨비’는 적나라한 PPL이 자주 등장해 일부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효과는 컸다.
도깨비에 등장한 가구 브랜드 일룸의 아르지안 모션베드의 경우 2016년 6~11월 평균 판매량보다 2016년 12월~2017년 1월 판매량이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션데스크 역시 같은 기간 기준으로 26%의 판매 성장세를 보였다. 극 중 등장한 음료 브랜드 토레타는 비수기였음에도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공유 향수’를 선보인 더바디샵은 방송 기간 중에만 한정판매할 예정이던 도깨비 에디션이 고객들의 요구에 3차 추가 생산까지 들어갔다.
방송 PPL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도 시청자들은 몰입의 방해요소라고 말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광고가 아닌 구독료를 받기 때문에 비교적 PPL에서 자유롭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에도 이렇다 할 PPL이 존재하지 않는다. 좀비가 등장하는 이색 사극 ‘킹덤’에선 애초에 PPL이 등장할 수 있는 요소가 없었지만,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렇다고 OTT가 PPL에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신규 가입자가 주춤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2017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절박한 넷플릭스에겐 흥행 콘텐츠의 광고 효과가 갈수록 커지는 점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오징어게임의 성기훈이 신고 나온 흰색 신발과 유사한 반스의 화이트 슬립온 운동화는 방영 이후 매출이 7800% 폭증했다. 월가에서는 넷플릭스가 PPL을 포함한 광고를 도입하면 매년 약 80억~140억 달러의 수익을 더 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는 유튜브의 광고수익과 맞먹는 금액이다.
디즈니+도 올 초부터 일부 콘텐츠에 PPL 문구를 표기하기 시작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버거킹 치즈버거를 먹고, 아우디 차를 타는 것도 PPL이다.
애플tv+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자사 제품의 홍보를 위해 PPL을 활용하고 있다. 애플tv+가 한국에 진출하며 최초 공개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닥터 브레인’에서도 주인공 이선균(고세원 역)이 아이폰과 맥북을 쓰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PPL은 거스를 수 없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PPL 지출은 전년 대비 13.8% 증가한 233억 달러(약 27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