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치솟는 치킨값에 누가 웃고 있나요?

입력 2022-07-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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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치킨값 3만 원이 적당하다는 윤홍근 BBQ 회장의 발언이 점점 현실화하는 모습입니다. 닭고기 값에 배달비까지 오르며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치킨값이 3만 원에 가까워지면서죠.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부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일고 있지만, 원재료 값과 인건비, 공공요금 등이 올라서 어쩔 수 없다는 업체 측 이유도 외면하기는 어렵습니다. 치킨 본사와 소비자가 실랑이를 벌이는 가운데 대형마트·편의점 등 경쟁자 가세까지 맞닥뜨리며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속은 타들어 갑니다.

22일 치킨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이번달 일부 가맹점 위주로 기존 3000원 수준이던 배달비를 4000원으로 올렸습니다. 배달앱으로 1만6000원짜리 ‘교촌오리지날’ 한 마리를 시키면 치킨값의 25%를 배달비로 지불해야 되는 셈이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비용은 더 비쌉니다. 일부 가맹점의 경우 '교촌오리지날'만 단독으로 팔지 않기 때문인데요. 실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에서 확인한 서울 서초구의 한 교촌치킨 가맹점에서 팔고 있는 가장 저렴한 메뉴는 ‘교촌오리지날+퐁듀치즈볼’로 가격은 2만 1500원입니다. 인기 메뉴인 허니콤포+퐁듀치즈는 2만5500원, 래허반반순살+퐁듀치즈볼은 2만7500원으로 배달비 4000원까지 포함하면 소비자들이 치킨 한마리를 먹기 위해 실제 지불하는 금액은 3만 원 내외로 치솟는 현실이 맞습니다.

교촌치킨의 배달비 인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8년에도 교촌은 배달비 2000원을 별도로 도입하며, 사실상 치킨 값을 올렸다는 논란이 있었고, 지난해 7월에도 교촌치킨 일부 가맹점은 배달비를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했습니다. 당시 교촌에프앤비는 “본사는 배달비에 관여하지 않고, 가맹점에서 정한다”고 해명했고, 이번에도 역시 가맹점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치킨 비용 부담은 배달비뿐만 아닙니다. 최근 들어 원자재 상승을 이유로 치킨업체들이 너도나도 치킨값을 올리면서죠. 지난해 말 BHC와 교촌치킨이 후라이드 치킨 가격을 각각 2000원(13.3%), 1000원(6.6%) 인상했고, BBQ도 5월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11.1% 인상해 2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굽네치킨의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KFC의 징거 버거(치킨버거)도 값을 올렸죠.

그럼 치킨 값이 올랐다고 해서 가맹점은 웃고 있을까요?

최근 치솟는 치킨값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시스템)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불매 운동은 가맹점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디시인사이드 ‘치킨갤러리’에는 ‘보이콧 프랜차이즈 치킨’, ‘먹지 않습니다’ 등의 문구가 담긴 포스터 사진이 공유되고 있는데, 이 포스터는 2019년 일본상품 불매 운동 당시 ‘노재팬’(No Japan) 포스터를 패러디한 것으로, 언뜻 보기에도 무섭습니다.

▲CU 자이언트 치킨 (BGF리테일)
편의점에 이어 대형마트까지 호시탐탐 치킨 시장을 노린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외식 물가가 치솟자 홈플러스는 지난달 한 마리 6900원에 '당당치킨'을 내놨습니다. 편의점 GS25에서는 ‘쏜살치킨’ 등 치킨 제품이 배달 매출 상위 카테고리에 올랐습니다.

그렇잖아도 배달 수요가 줄고 있는 와중에 소비자 불매 운동과 경쟁자의 위협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죠.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의 5월 이용자수는 약 3200만 명으로 전월 대비 100만 명 이상 줄었습니다.

여기에 최근 식용유값이 치솟으면서 가맹점들이 떠앉아야 하는 비용 부담도 늘었습니다. bhc는 이달 초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 가격을 15㎏ 한 통당 9만750원에서 14만6000원으로 올렸는데, 인상률은 60%에 달합니다. 가맹점주들의 원성이 들끓자 7일부터 12만5700원으로 낮춰 공급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40% 가량 오른 가격입니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말 16.5kg짜리 튀김유 한 박스 가격을 14% 가량 올린 5만9400원에 공급하고 있고, BBQ는 4월 올리브유 한통(15kg) 가격을 33% 가량 올려 가맹점에 16만 원에 팔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가맹점들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치킨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원재료 가격이 올랐으면 본사가 부담하는 몫이 늘어야지, 가맹점에만 떠넘기려고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가맹점주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닭값, 기름값이 올랐을 뿐인데, 피해는 자영업자의 몫이네요”, “치킨 점주 잘못이 아니라 기업의 횡포로 비싸니 그렇죠” 등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5% 수준인 식품 제조업계와 비교할때 상당히 높습니다. bhc는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4700억 원, 영업이익 1537억 원을 올려 영업이익율이 32.2%에 달합니다. BBQ의 영업이익률도 16.8%이고, 교촌에프앤비는 5.7%입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도 지난해 매출 4141억 원, 영업이익 351억 원, 영업이익률은 8.5%로 치킨 프랜차이즈보다는 낮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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