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의 수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한 달 사이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며 기업공개(IPO) 철회 사례까지 발생했다.
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71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달 21일 30.49달러와 비교하면 91% 이상 급락한 셈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휘발유·경유 등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정제마진이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정제 비용 등 석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쓰인 비용을 뺀 마진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제마진은 4~5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1월 평균 6.01달러에서 지난달 평균 24.51달러까지 올랐다.
최근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인 것은 국제유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7.9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브랜트유의 가격도 100달러 수준에 형성돼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되며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된 것도 국제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사우디 아람코가 국제 원유 가격에 붙이는 프리미엄인 ‘OSP(Official Selling Price)’가 상승세를 보이며 정유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정제마진이 하락하며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의 실적이 정점을 지났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에너지 대란이 아직 진행 중이고 수급 역시 타이트한 상황이어서 겨울철의 계절적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 정제마진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 IPO 시장 대어로 주목받던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상장 계획을 철회한 것도 정유사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 2019년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 기업공개를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