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통계의 중요성은 정부, 전문가 사이에서 이미 수차례 강조된 영역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통계는 여전히 ‘미완’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 가계부채 시한폭탄 우려는 여전한 가운데 통계청이 올해 가계부채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한 사업 결과가 일보 전진한 개선안이 나올지 이목이 쏠린다.
◇2007년 금감위·통계청, 가계신용 개발 손잡아…2022년 통계청, 부채 연구 용역 발주
가계부채 통계에 대한 논의는 일찌감치 시작됐다. 지난 2007년 당시 윤증현 금융감독원장(금융감독위원회 시절)과 김대유 통계청장은 가계신용 통계 개발 등의 내용을 담은 통계업무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당시 협력분야를 보면 ‘가계신용조사 통계의 개발’이 최우선으로 꼽았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에 관심이 쏠림에 따라 우선적으로 가계신용 관련 통계의 개발에 주력하기로 했다”라는 설명도 부연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통계청은 올해 2월 ‘가구별 부채 심층분석 연구 사업’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가구 부채 관련 민·관 결합 데이터의 가치 입증과 향후 주기적 통계 생산을 위한 이해관계자간의 공감대 확보를 위한다는 게 사업 추진 배경이다. 연구 용역 사업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올해 11월 최종 보고서가 작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팀이 선정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개인사업자 대출은 축소되고·임대보증채무는 누락되고” 전문가들 통계 ‘구멍’ 지적 잇따라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통계에 허점을 잇달아 지적하고 있다. 통계상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대출 규모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영업자 부채(자영업자 가구의 가계대출+사업자 대출)는 올해 3월 말 기준 960조7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40.3% 증가했다. 올해 9월에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조치가 해제될 경우 140조 원(2022년 1월 기준)을 상회하는 대출원리금에 대한 상환 압박이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자 대출이 가계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은 충분해 경계가 모호한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채 규모가 과소 평가될 뿐만 아니라 금리 급등 시 가계의 실질 부담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개인 간 사적 채무인 임대보증금과 관련, 체계적인 통계가 미흡하다 보니 추정치도 각양각색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임차인에게는 자산이지만 임대인에게는 부채로 분류돼 금융권 대출에 비해 금융시스템에 주는 부담이 제한적이라 해도 상환 시점에서는 결국 개인이 부담해야 해서 가계부채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가계 부문의 건전한 부채 조정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취약 차주들을 사금융으로 내모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실질 부담자가 동일한 가계·자영업자 부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가계부채 통계를 리스크 관점에서 분류하고 집계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계부채 통계를 사용하는 게 가계신용과 개인금융 부채,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목적 자체가 둘 다 가계부채의 전체적인 리스크를 파악하는 통계가 아니다”라며 “가계부채, 가계신용은 가계대출을 포함한 가계신용판매와 가계대출을 포함한 일종의 개인의 용도에 따른 대출 분류여서 사업 용도로 사용된 대출이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개인금융 부채는 자영업자 부채이니 자금순환표상 별도의 통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보증금과 같은 사적 부채는 예전하곤 달리 주택을 거래할 때 이제 임대차3법에 의해 전·월세 신고를 해야 하니, 보증금이 파악된다”라며 “그걸 이용해서 부채 통계를 파악할 방법이 있다. 현재는 (해당 통계가) 금융위가 아니라 국토부에 있다 보니 통계가 뿔뿔이 흩어져 있어 정확하게 집계가 돼서 부채 통계를 파악하는 게 현재로써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