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보미 17만 확대 등 ‘가족 정책 중심’ 업무보고
여성폭력 아닌 ‘5대폭력’, 남성 성범죄피해자 전문보호시설 설립
윤 대통령 “여가부 폐지 로드맵 조속 마련” 지시
25일 김현숙 장관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정부 여성가족부 업무보고'를 실시했지만, 여가부 폐지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업무보고에 앞선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을 상대로 사전 브리핑을 진행한 김 장관은 "여성가족부 폐지는 명확하다”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업무보고는 120개 국정과제 중심이라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윤 대통령과 여가부 폐지에 관한 추가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냐는 질의에는 "타임라인을 정해놓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과) 언제 (여가부 폐지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업무보고 일정이 종료된 오후 5시 10분께 "윤 대통령이 여가부 업무를 총체적으로 검토해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부연했다.
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여가부 주요 업무는 가족정책, 여성정책, 청소년정책, 5대폭력 등 4개 분야다.
가장 주안점을 둔 건 가족 정책이다.
먼저 저소득 한부모가족의 아동양육비 지원 요건을 완화한다. 현재 3인가구 기준 중위소득 52%(218만 원) 이하 가구에서 올해 10월 58%(243만 원) 이하 가구로 확대하고, 단계적으로 63%(264만 원)까지 단계적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고의적, 악의적 양육비 채무자를 제재하는 조치도 강화된다. 출국금지 대상 채무액을 기존 5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완화하고, 채무자 소득이나 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7일로 단축한다. 여가부 홈페이지에 채무자 명단을 공개하는 절차도 보다 간소화한다.
여성 정책에서도 ‘아이가 있는 가정의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정책이 다수 예고됐다.
2024년까지 공공,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도를 도입하고 이후 3년 동안 아이돌보미를 17만 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장관은 이를 두고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하면서 “민간 (육아)서비스 제공 기관이 다양하게 있는데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등록제도를 도입해 관리 방안을 먼저 마련하고, 등록된 민간 기관이 활동 시 국가 자격을 보유해야 하는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력단절 여성 대상 직업교육훈련 확대, 가족친화 인증기업 확대 등도 함께 언급됐다.
통상적으로 여성 피해자 수가 다수를 차지하는 권력형성범죄, 디지털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는 ‘5대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김 장관은 "국정과제에 들어가 있는 5대 폭력이 무척 포괄적이기 때문에 (여성폭력 등을) 다 포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대 폭력 관련 정책에는 남성 성범죄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한 전문보호시설 설치가 포함된다. 여가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2018년 4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남성 피해자 비율은 23.3%였다.
김 장관은 이에 “남성 피해자를 위한 전문보호시설은 현재 하나도 없다. 서울시에서 1개소를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수요를 제출한 바 있다. 권역별 수요를 분석하고 지자체 의견을 모아 필요한 곳에 추가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분야에서는 위기 청소년을 빠르게 찾아내고 지원, 보호하기 위한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을 2024년까지 구축한다.
아동,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오는 7월부터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피해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전국 34개 해바라기센터를 통한 영상 증언이 가능해진다.
이날 공개된 여가부 업무보고에는 2024년까지 추진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 여럿 담긴 만큼 여가부 폐지 논의에 따른 불안정한 정책 수행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김 장관은 “부처가 개편돼도 국정과제에 다 들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