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 패밀리 룩(Look)과 구별되는 현대 룩 전략입니다.”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은 지난 13일 열린 ‘아이오닉 6’ 온라인 공개 행사에서 아이오닉 6만의 독특한 디자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단순히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구분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있어 아이오닉 5와 달라 보이게 디자인된 이유를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일반적으로 완성차 업체는 여러 모델을 만들면서도 비슷한 디자인적 요소를 넣어 통일성을 갖춘다. 가령 기존 일부 브랜드는 내연기관차 모델에서 엔진 등의 냉각을 위한 전면부의 그릴을 비슷하게 디자인한다. BMW의 ‘키드니 그릴’,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 등 각 브랜드는 ‘패밀리 룩’을 완성하는 디자인적 요소를 다양한 차에 일관되게 적용했다.
그러나 아이오닉 6의 외관에서는 아이오닉 5와의 닮은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오닉 브랜드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형상화해 헤드램프 등의 디자인에 적용하는 ‘파라메트릭 픽셀’을 디자인적 특징으로 공유한다.
그러나 헤드램프를 기준으로, 아이오닉 6에서는 파라메트릭 픽셀이 직선으로 구현되는 반면, 아이오닉 5에서는 직사각형 형태로 구현됐다. 마치 같은 붓을 가지고 다른 그림을 그린 셈이다.
아이오닉 브랜드 최초로 적용된 디자인 유형인 ‘일렉트리파이드 스트림라이너(Electrified Streamliner)’도 아이오닉 6만의 독특한 디자인 요소다.
이는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부드러운 유선형 디자인’을 의미한다. 스트림라이너 특유의 유려한 실루엣을 통해 공기 저항을 낮추고, 현대차 최저 공력계수를 달성하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524km까지 확보하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이러한 디자인 전략을 ‘체스’에 비유했다. 그는 “디자인적 차별성을 통해 체스 말처럼 각자 다른 형상과 기능이 있지만, 이것이 다 뭉치면 한 팀이 되는 제품군을 구축하게 됐다”라며 “(이것이) 패밀리 룩과 구별되는 현대 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 룩’ 전략을 통해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각 차를 타는 고객의 스타일과 삶의 방식이 다르다”라며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꼭 맞춘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했다. 이것이 아이오닉 6가 아이오닉 5와 달라 보이게 디자인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모델마다 독창성 있는 디자인을 선보여야 하는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프로덕트(제품) 디자인 필드에서 보편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깊은 고뇌는 영원한 싸움 같이 느껴진다”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두 번째 아이오닉을 준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공개될 세븐 등에서도 현대차만의 ‘현대 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은 “기존 내연기관 방식의 그릴 형태, 자동차의 볼륨, 라인 등이 아니라 아이오닉의 공간성, 픽셀 라이트, 지속가능성 등을 공유하는 것이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의 특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엽 부사장은 지난 2016년 5월 디자인센터 상무로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뒤 전무를 거쳐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 합류 이전엔 제너럴 모터스, 폭스바겐 그룹, 벤틀리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 근무했다.
그는 2018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담은 컨셉트카 ‘르필루즈(Le Fil Rouge)’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이후 르필루즈를 바탕으로 팰리세이드, 쏘나타 DN8과 제네시스 GV80, G80의 스타일을 맡는 등 다양한 모델의 디자인을 맡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