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기준금리 오를수록 대부업 내몰릴 위험 커”
기준금리가 오를수록 취약계층들이 2금융권에서 밀려나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들이 제도권 안에서 대출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DI는 26일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금융기관이 가계와 기업에 대출을 하기 위해 조달하는 금리도 상승한다. 특히 현재 20%인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대출을 취급하는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의 조달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대비 더 오른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전년대비 기준금리는 1.25%P(0.5%→1.75%) 인상됐지만 카드채·기타금융채(AA+, 3년물)의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2배가 넘는 2.65%P(1.8%→4.45%) 상승했다.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 가구 대부분은 취약가구다. 6월 기준 금리가 4% 이하인 저금리 신용대출 이용 가구 중 취약가구의 비중은 8.9%에 불과한 반면,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고금리(18~20%) 신용대출 이용 가구 중에서는 취약가구의 비중이 무려 84.8%에 달한다. 4% 이하의 저금리 대출 이용 가구 중 약 10.8%가 다중채무자인 데 반해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고금리 대출 이용 가구 중에서는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48.6%에 달한다.
보고서는 “조달금리가 상승하면 법정최고금리·조달금리 스프레드가 감소하고, 그 결과 법정최고금리와 근접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던 취약가구들이 2금융권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며 “특히 향후 기준금리 인상으로 취약가구가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시장에 밀려나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취약가구들이 2금융권에서 배제 받게 되면 롤오버(roll-over) 제약으로 인해 타 금융권으로 연체가 파급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롤오버는 금융기관이 상환 만기에 다다른 채무의 상환을 연장해 주는 조치를 말한다.
보고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조달금리의 상승 폭 만큼 법정최고금리가 인상돼 현행 고정형 법정최고금리 하에서 조달금리 상승으로 대출시장에서 배제되는 취약차주의 대부분에게 대출 공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대출상품에 존재하던 가격 경직성, 즉 대출금리의 경직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는 전체 소비자의 사전적·사후적 소비자 후생 증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함으로써 금리 인상기에도 취약계층의 롤오버가 원활히 이뤄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또한 시장금리와 법정최고금리의 스프레드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시장에서 차입할 수 있는 가구의 범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과도한 상환부담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가구에 대해서는 정책금융 혹은 재정정책을 통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