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공행진을 기록 중인 달러의 여파가 금·원자재·농산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몰려드는 ‘강달러’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원자재 관련 ETF상품인 ‘KODEX 구리선물’은 지난 6월 이후 -23.8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해당 ETF는 S&P GSCI North American Copper Index를 추종한다.
같은 기간 KRX 철강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철강은 21.05% 하락했다. KBSTAR 200철강소재(-20.74%), TIGER 금속선물(-20.74%), TIGER 200 철강소재(-20.44) 등 원자재 관련 ETF들도 하락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금 관련 ETF 상품도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S&P GSCI GOLD Index Excess Return 지수를 추종하는 KINDEX 골드선물 레버리지는 -14.28%의 등락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KODEX 골드선물은 -7.27%, TIGER 골드선물은 -7.07%, TIGER 금은선물은 -7.99%를 기록했다. 금 값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골드선물인버스는 반대로 7.71% 올랐다.
공급 부족 우려에 강세를 나타내던 농산물 ETF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6월 이후 KODEX 3대농산물선물은 -23.33%,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는 -21.48%를 기록 중이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 ETF 시장에서 농산물 관련 ETF가 수익률 최상위권을 기록하던 것과 대조된다.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자 자금 유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원자재펀드는 최근 1개월 새 5.2%(1713억 원) 감소하면서 설정액이 3조859억 원으로 줄었다. 농산물펀드 설정액은 1094억 원으로 최근 한달 간 9.58%(116억 원) 줄었다. 금 펀드는 최근 한달 새 117억 원 늘었지만 범위를 최근 6개월로 넓히면 832억 원이 유출됐다.
원자재, 금, 농산물 가격이 일제히 하락한 탓이다. 원자재 가격의 대표 지표인 CRB 원자재지수는 지난 6월 이후 10% 가량 하락했다. CRB 원자재 지수에는 석유, 천연가스, 구리, 니켈, 옥수수 등 19개 원자재 가격이 포함된다. 대표적인 비철금속이자 경기선행지표인 구리는 9000달러 대에서 7000달러 대로 뚝 떨어졌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8.30달러(0.5%) 내린 온스당 1719.1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2000달러선을 상회했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확연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도 지난달 154.2포인트로 전월 대비 2.3% 내리면서 3개월째 하락세다.
원유, 금속류, 농산물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경기 침체 우려와 더불어 달러 강세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하는 달러 가치 지표인 달러지수는 108p까지 치솟는 등 2002년 이후 2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원자재와 금은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만큼 달러 이외의 화폐를 쓰는 국가에선 달러 가치가 오르게 되면 가격 부담이 오르게 되고, 결국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또 원자재 재고 물량을 판매할 유인이 생기는 만큼 공급이 늘어 가격 하락 압력도 커진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에너지를 제외한 원자재의 투기적 자금 유출을 확인할 수 있다”며 “2분기 주요 10개 원자재의 총 투기적 자금 순매수포지션은 28만5000 계약이 감소했고, 농산물, 금, 구리 순으로 투기적 자금의 유출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금 유출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지수(DXY) 내 유로화 비중(58%)을 고려하면 달러화가 쉽게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며 “1980년 이후 달러 지수의 고점은 1985년 2월 165p, 2001년 7월 120p 형성한 만큼 달러 지수의 상단은 115P로 도출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