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특히 연초 크게 타격을 입었던 성장주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데이비드 웡 얼라이언스번스타인(AB)자산운용 주식부문 선임 투자전략가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글로벌 주식 및 채권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연초만 해도 성장주는 전체 시장 대비 고평가된 상황이었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 지금은 성장주에 투자하기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ISM 제조업지수가 하락할 때는 우량주가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거둔 것을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고 생각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우량주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장기 투자’가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투매는 수익률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29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S&P500 기준)에 하루 투자하면 손실이 날 가능성은 46%나 되지만, 보유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면 손실 확률은 6%로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S&P500 기업 매출액과 명목GDP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견조한 GDP성장률이 기업들의 양호한 매출 증가율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업들의 강력한 자사주 매입도 주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흥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 시장이 흔들린 가장 큰 이유는 안전자산인 국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다행스럽게도 이달 들어선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과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채권시장의 반등은 향후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장이 이미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준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은 연준이 내년에는 보다 유연한 기조로 선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듀레이션(원금 회수 기간)을 가진 채권과 글로벌 고수익채권을 한 바구니에 담는 투자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유 매니저는 “지금 금리 수준은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구간에 들어왔다”며 “높은 수준의 금리가 형성된 채권에 투자하고 향후 3년, 5년 수익률을 살펴보면 해당 금리 수준이 성과(수익률)로 돌아올 확률이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리세션)에 대해선 “둔화 가능성은 있지만, 침체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유 매니저는 “내년 연준이 금리 인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긴축) 압력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설령 경기침체가 온다고 하더라도 경제 주체들이 침체를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이 과거보다는 좋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