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 등 국내에서 관련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해외에서도 이렇다 할 ‘정답’은 없는 상황이다. 영미권 국가가 사실상 ‘규제 없음’에 가깝다면 유럽은 국가마다 조건에 따라 제한을 두는 곳도 있다. 다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산업 중심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의 대형마트 출점˙영업시간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출점, 운영시간을 규제하는 법규는 없어 사실상 ‘규제 청정지대’에 가깝다. 영국은 시민들의 종교활동과 노동자들의 휴식권 보호 차원에서 280㎡ 이상 소매점포에 한해 일요일 영업시간을 규제하지만 도심 지역 내에서는 도시 공동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출점규제가 없는 상태다.
프랑스의 경우 1000㎡ 이상 소매점포에 대해 주변 상권 보호 등을 위해 출점을 규제한다. 여기에 6인으로 구성된 지역상업설비위원회의 허가를 받을 시 점포 출점도 가능해진다. ‘전통시장 반경 1㎞ 이내’처럼 거리를 기준으로 출점규제가 못박혀 있는 국내사정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유연한 셈이다.
영업시간은 종교활동과 휴식권 보호를 위해 모든 점포에 대해 제한이 있다. 다만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노사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고 일요일은 1년에 최대 12회 영업할 수 있다. 유명 관광지구나 핵심 역사 내 상점은 매주 일요일 영업이 가능하다. 2008년 경제현대화법으로 유통산업 진입 규제를 완화한 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산업부 장관 시절 일괄적용하던 일요일 휴업 제한을 푼 결과다.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1974년 도입한 ‘대규모점포법’에 따라 한때 출점, 영업방식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30년 가까이 시행했으나, 일본 현지에 들어선 미국 유통기업들이 영업활동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면서 2000년에 ‘대규모점포입지법’을 제정해 규제 방식을 직접에서 지자체와 협의 등으로 출점을 결정하는 간접방식으로 완화했다.
대규모점포입지법에 따르면 1000㎡ 이상 소매점포의 경우 지자체 신고의무는 있고, 교통, 소음, 환경 영향 등을 공청회를 통해 논의하기는 하나 사실상 출점규제도, 영업규제도 없는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0년 말 내놓은 ‘G5 국가 유통규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들은 출점규제가 없거나, 일정조건 충족 시 출점이 가능하나, 우리나라는 거리를 기준(전통시장 반경 1㎞)으로 출점을 규제한다”라면서 “영업규제를 할 때에도 소규모점포 등 모든 점포를 포함하므로 종교활동 보장·근로자 보호가 주목적이다. 통상압력, 경제위축 등의 우려로 세계적으로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임을 감안해 규제 강화 방안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