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수출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가가 급증해 울며 겨자먹기로 경영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중 갈등으로 인한 경제 보복,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와 지원, 내수 침체, 코로나 확산 조짐 등 수출 활동을 옥죄는 요인들이 산적하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많이 지원하면서 기술력을 상당히 키웠고, 품목별로 온도차는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의 가격 경쟁력과 점유율이 점차 낮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봉쇄로 인한 수출 감소, 원자재 가격 급등, 가격 경쟁력 저하 등으로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발표된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통계를 살펴보면, 상위 10대 수출 품목 중 화장품은 전체해외시장에서 23억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작년보다 9% 감소한 수치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홍콩의 봉쇄 쇼크에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화장품이 유일하게 수출 규모를 줄여가는 동안 나머지 9개 품목은 수출액이 일제히 늘었다.
하지만 중국 수출액만 놓고 보면 화장품을 비롯해 플라스틱, 합성수지, 자동차부품, 반도체제조용장비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화장품 수출액이 무려 22% 가라앉았고, 자동차 부품은 15% 넘게 감소한 1억7000만 달러의 수출고를 올렸다. 중소기업 수출품목 1위인 플라스틱 제품은 5억2000만 달러로 작년보다 8% 넘게 쪼그라들었다. 중국의 자국 내 공급망 구축으로 배터리 분리막 수요가 감소한 게 악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하반기다. 수출 중기를 둘러싼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문제가 가세할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주도로 지난 5월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사실상 반중연대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칩4' 역시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어 정치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 되면 원자재와 유통 등 다각적인 규제가 이어져 중소기업의 수출활동이 혹한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이 규모로 볼 때 필수적이지만 더이상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특히 지금의 겹악재가 대부분 외부 요인이어서 정부와 중소기업 모두 뽀족수가 없는 상황이다. 노 위원은 “중소기업의 기술력 강화와 판로 확대, 수출국 다변화 등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제로 수출 마케팅 지원 강화, 수출시장 공동 진출, 원자재 공급처 다변화, 수출금융 지원 강화, 디지털 무역 활성화 등을 꼽는다. 업계에선 온라인 수출을 중소기업이 선도할 수 있는 분야로 지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의 온라인 수출 규모는 3억5000만 달러로 중소기업 전체 해외수출 중 0.6%에 그친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총 수출액(4억5000만 달러)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0%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