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2분기 GDP가 전기 대비 0.9%(예비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마이너스(-)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은 기술적 침체에 빠진 것으로 간주된다. 미국에서 1949년 이후 총 10회에 걸쳐 2분기 이상 역성장이 발생했다. 추후 모두 공식 경기침체로 판정됐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이 결정하는데 평균 7개월이 걸린다.
2분기 역성장은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큰 폭 위축된 영향을 받았다. 임금이 올랐지만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워낙 치솟은 탓에 구매력이 감소했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9.1% 급등하며 4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섭게 뛴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도 주택 및 설비 투자 감소를 부채질했다. 2분기 주택 투자는 전기 대비 14% 급감했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작년 초 2.7%에서 지난 6월 말 5.8%로 두 배가량 치솟으면서 투자 심리가 꺾였다. 설비투자도 0.1% 감소했다. 인력난이 심화한 데다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기업이 생산설비 투자를 미룬 영향이다.
옐런 장관은 그렇게 판단한 배경으로 노동시장 상황을 꼽았다. 2분기 고용이 110만 개 늘어 지난 경기침체 당시 첫 석 달간 24만 개 일자리가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는 설명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고용, 소비, 투자 지표를 근거로 경기침체 주장을 불식시켰다. 그는 성명을 통해 “지난해 역사적 수준의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고 전염병 대유행 위기 때 잃은 민간 부문 일자리를 모두 회복함에 따라 경제가 둔화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NBER가 경기침체를 판단하는 데 고용지표가 큰 영향을 미친다. NBER에는 총 8명의 경제학자가 위원으로 참여해 실질소득, 개인소비지출,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 광공업 생산 등을 참고한다. 이를 근거로 경제 전반에 걸쳐 경제활동의 현저한 하락이 몇 개월 이상 계속되는 상황을 경기침체로 본다. 경기침체 판단에서 주요 지표인 고용상황은 옐런 장관의 지적에 힘을 싣는다. 미국의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용이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NBER의 경기침체 판단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셈이다.
이 같은 둔화 추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우려를 더 키운다. 현재 움직임을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한 연준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추가 인상 여지도 충분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FOMC 이후 경기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공급 측면이 따라잡을 수 있도록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 가능한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실제 미국의 2분기 GDP는 의회예산처가 2020년 1월 예상했던 수준에서 2% 낮다. 고용률도 2% 아래에 있다. 잠재성장률이 팬데믹 이전 예상했던 수준보다 낮다는 의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지난 2년간 팬데믹과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 경제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불가피하다고 간주되는 ‘경기침체’가 장기적으로 세계경제 체질을 바꾸는 ‘약’이 될 수도 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금리와 에너지 충격 대가로 물가를 낮추고 청정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게 ‘한 가닥 희망(silver lining)’이라고 지적했다. 빚 더미에 앉은 가계들이 지출을 줄이고, 취약한 금융시스템에서 대출로 연명하는 기업들이 정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정적 에너지 확보 의지를 키운 것도 결국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라는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