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총통과 면담 등 일정 후 오후 4~5시께 출국 예정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결국 2일 저녁 대만에 도착, 1박 2일의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1997년 4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이다.
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을 비롯해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이 탑승한 C-40C 수송기가 이날 밤 10시 44분께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도착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 의회 대표단의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도착과 동시에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는 “이번 방문은 싱가포르와 한국, 일본 등 상호 안보와 경제 협력 등에 초점을 둔 태평양 지역 순방의 일환”이라고 취지를 설명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을 강화하며 인권과 법치에 대한 무시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시진핑 주석을 비판했다.
대만 총통실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통해 대만-미국 파트너십을 심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환영했다.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인 초고층 빌딩 ‘타이베이 101’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맞춰 ‘미국 대만 우호는 영원’이라는 글귀의 불빛을 밝혔다.
대만을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해온 중국 정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반드시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후과는 반드시 미국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즉시 대항 조치에 나섰다.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2일 밤부터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해상·공중훈련, 대만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 동부 해역에서 상용 화력을 조직해 시험 사격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의 도착 직후 중국 공군 전투기 35대가 대만해협을 횡단했다.
중국 해관총서는 2일까지 대만 일부 사업자를 대상으로 수산물과 가공식품 수입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고, 2일 저녁에는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가 역외에서 사이버 공격을 받고 일시적으로 장애가 발생했다.
펠로시 의장이 3일 오후까지 대만에 머무르는 만큼 중국의 추가 대응이 나올 수 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수위 높은 표현으로 경고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 및 오찬, 입법원(의회)과 인권박물관 방문, 중국 반체제 인사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4~5시께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