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정상만 외교부 의전 원칙…지침상 의회 인사는 국회 의전"
펠로시-국회, 공항의전 않기로 협의했다는데…野 "의전 참사"
미국 국가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3일 오후 입국 당시 공항에 의전 인력이 아무도 나가지 않은 것을 두고 '의전 홀대' 논란이 일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은 국회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이라고 맞서는 등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전날 밤 9시 26분쯤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착륙한 C-40C 전용기에서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하원의원 대표단이 내리는 자리에 국회와 정부 인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통화에서 “외교부 의전의 경우 원칙적으로 국가 정상이 방한했을 때 동원된다. 정상 이하 인사에 대해서도 외교부가 의전을 돕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하지만, 이는 초청 주체가 어디인지에 따라 다르다”며 “펠로시 의장의 경우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을 하기 위해 온 만큼 국회 의전팀이 의전을 했어야 하는 게 맞고, 공항 의전을 하지 않은 건 분명 결례”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아시아 순방 중 방한한 것으로 국회가 초청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의 공식일정이 김 의장과의 회담인 만큼 국회가 의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 예방은 휴가기간이 겹쳐 진행되지 않고, 김 의장과의 회담이 예정돼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펠로시 의장 의전은 국회가 담당하는 게 관례다. 의전 지침상에도 의회 인사는 국회가 의전하는 게 맞다”며 “확인해보니 국회 의전팀이 영접하려 했으나 미국 측이 늦은 시간에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점을 고려해 사양해서 양측이 조율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입장처럼 국회는 펠로시 의장 측과 실무협의에서 공항 의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이지만, 펠로시 의장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다. 김 의장과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모두 민주당 출신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결례가 의전 참사로 이어지며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다각적인 외교적 판단으로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의전 결례까지 보인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