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한 달도 내다보지 못한 윤석열 정부의 100년지대계

입력 2022-08-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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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사진제공=강득구 의원실)
흔히들 교육을 ‘100년지 대계’라고 말한다. 교육의 목적은 현재를 짚고 일어서는 미래 희망에 대한 좌표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인간 개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근간이자 힘의 원천이다. 그만큼 한 국가의 교육정책은 철저하게 그리고 충분히 숙고하고 연구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한국교육을 난도질했다. 애초에 박순애 전 장관은 임명돼서는 안 됐다. 교육수장으로서 정책 능력과 행정 경험은 고사하고 도덕적으로나 교육자로서도 매우 부적절한 삶을 살아왔다. 음주운전, 논문 표절과 중복게재도 모자라 제자의 논문을 가로채고, 자녀에 대한 입시컨설팅과 각종 갑질 의혹으로 가득한 인사를 윤석열 대통령은 “훌륭한 인물’이라는 극찬과 함께 임명을 강행했다. 윤석열 정권의 인사 검증이 얼마나 허술하고 엉터리인지 대통령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되고 말았다.

부실한 부적격 인사가 장관이 됐다고 해서 뜬금없이 달라질 리 없다. 취임과 함께 단 한 번의 공론화 과정도 없이 ‘만 5세 초등취학’이라는 준비되지 않은 정책을 발표했다. 당사자인 학부모와 교원들에 대한 의견 수렴도 없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아이들의 발달단계와 학부모의 입장과 교육 현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전형적 탁상행정이었다. 결국 교육계는 말할 것도 없고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트리고 말았다.

필자의 의원실에서 이 일이 있자마자 교육 주체를 대상으로 ‘초등학교 만 5세 입학 나이 하향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최종 응답자 65만2760명 중 '반대' 의견이 61만8080명(94.7%)에 달했다. 절차의 정당성에 관해서도 94.4%의 응답자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이처럼 거의 모든 정책 관계자들이 반대하고 문제로 삼은 것은 아마 전무후무할 일일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정권, 준비 안 된 국무위원이 보여 준 불안한 국정운영의 민낯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에 대한 철학 부재와 무능이다. 현재 한국교육은 100년지대계는 고사하고 눈앞에 닥친 ‘입시경쟁’으로 내몰려있다. 초중고는 물론이며 심지어 유아교육에서부터 대학입시를 정조준하고 있다. 대학은 또 어떤가? 지방대 소멸 위기가 코앞에 놓여있다.

학교와 학생은 서열화되고 조금이라도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차지하려고 아이들의 인격과 자유, 누리고 살아가야 할 재능과 창의력은 가벼이 무시되고 사장된다. 혹독한 경쟁 속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상위 10%가 되지 못하면 패배자의 딱지가 붙는다. 90%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도 전에 ‘인생 루저’라는 낙인으로 스스로 지친 삶을 포기하거나 아무리 ‘노오력’해도 주류에 편입될 수 없는 구조적 현실에 치여 자포자기의 아픈 청춘을 연명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일찍 배우지 못하거나 적게 배워서 문제가 아니라, 자유롭게 놀지 못해서, 경쟁이 아닌 배려와 우정을 나눌 친구가 없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가 없어서 문제이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로서 시작해서 공부로 끝나는 경쟁교육을 강요할 것인가? 기성세대가 만든 성공 메타버스에 우리 아이들은 공부하는 아바타로 정체성을 잃고 살아간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에 대한 몰가치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개탄을 넘어 걱정이 앞선다. 갈수록 사회양극화와 교육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취학 연령 하향이라는 학제 개편은 답이 아니다. 현 상황에서 어떻게 양극화를 해소하고 불평등한 구조적 격차를 줄 수 있는 정책과 대안 모색이 우선이다. 유아보육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만 3세와 만 4세 무상교육을 늘리면서 공교육의 질을 높여나가는 것이 시작이다. 지금 우리 교육구조를 그대로 둔 채 나이만 하향한다는 것은 눈앞의 소도둑은 놔둔 채 외양간만 고치려 드는 어리석은 발상이다. 학제 개편은 아동의 발달단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학교와 학급별 변화 과정에 대한 개편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많은 학자는 인류 진화의 단계에서 가장 큰 역할은 불의 사용이라고 말하지만 불을 문명의 이기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건은 인간의 협력이다. 우리 교육은 불을 함께 다스리는 인간의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불을 크게 붙이는 것만 능사인 줄 아는 것 같다. 교육은 협력과 배려와 나눔을 가르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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