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지역 수입국, 유럽과 경쟁 벌여
“방글라데시 등 경제 붕괴 위기 놓일 수도”
호주 불공정거래 규제당국인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자국 동부 해안 지역에서 내년 가스 공급량이 56페타줄(약 20만5000톤, 1페타줄은 약 3666톤)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며 내수 물량 확보와 LNG 수출제한을 정부에 요청했다.
기나 카스-고틀리브 ACCC 위원장은 “동부 해안의 에너지 안보를 위한 첫 조치로 ‘호주의 천연가스 내수확보 메커니즘(ADGSM)’ 발동을 자원부 장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LNG 수출기업에도 내수 시장 공급을 즉시 늘릴 것을 요청했다. ADGSM은 내수 물량이 부족할 경우 가스 수출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커니즘이 발동되면 공급과 가격 압박이 가중돼 아태 지역 최대 LNG 수입국인 일본과 한국, 신규 LNG 수입국인 필리핀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클 전망이다. 호주가 수출하는 LNG 물량 대부분은 장기계약이지만, 계약 여력이 없는 국가들은 현물시장에서 더 비싼 값으로 사가야 한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애널리스트인 샘 레이놀즈는 “LNG 수출제한은 장기계약이 아닌 물량에 한해 이뤄질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 일본은 LNG 물량의 70~80%를 장기계약으로 구입하고 있어 호주의 수출 축소 피해가 비교적 적을 것이지만, 현물시장에서밖에 살 수 없는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등은 연료 부족과 정전 등으로 경제 붕괴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의 LNG 수출 감소로 가뜩이나 불안한 아시아 에너지 시장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아태 지역 국가들은 안 그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LNG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애를 먹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로 눈을 돌리면서 LNG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LNG 가격은 러시아가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이미 80% 상승한 상태다. 유럽 국가들은 겨울철에 대비해 저개발 아시아 국가들이 감당할 수 없는 높은 가격으로 가스를 사들이고 있다. 가격 경쟁에서 밀린 아시아 빈국들은 가스 부족에 내몰렸다.
케네스 푸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LNG 가격 매니저는 “4월 이후 호주 동부 해안에서 LNG 수출 주요 3개 시설이 현물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며 “수출이 둔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현물 공급 부족은 4분기 겨울철을 앞두고 아·태 지역의 수급을 추가로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