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등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기면서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나갑시다”
지난 5월 11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이같이 말한 후 석 달이 흘렀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3고(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파도에 휘청이고 있다. 문제는 피크아웃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계속…연말 3% 가능성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의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는데,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높일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확실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 기준금리(2.25%)가 미국(2.25~2.50%)보다도 낮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연방은행 총재들이 연말 기준금리를 3% 중반까지 올려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 기준금리도 3% 선을 터치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준 총재는 미 경제매체 CNBC를 통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25~3.5% 수준으로 높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물가 안정 회복까지) 갈 길이 멀다”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우리 기준금리가 연말 2.75~3.00%까지는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는 물가를 잡는 수단 중 하나로 쓰인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줄어드는 이유에서다. 우리의 기준금리 인상은 또 원화의 수요가 높여 환율 진정을 도모할 수 있다.
◇금리로 물가·환율 못 잡았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인상이 물가와 환율을 잡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는 이미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년 100 기준)로 지난해 7월보다 6.4% 올랐다. 이는 1998년 11월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6월에도 소비자물가는 6.0% 오르며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밥상 물가도 위태롭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113.12(2020년 100 기준)로 1년 새 8.0% 올랐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식용 유지(34.7%) 등과 채소, 해조류(24.4%)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는데, 최근 폭염과 강우량 증가로 생산이 줄면서 가격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은 ‘8월 경제 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완화되며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지속했으나 고물가와 대외여건의 악화로 경기 하방 요인이 고조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환율도 위기이긴 마찬가지다. 현재 환율은 1300원대로, 2009년 7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과거 환율이 1300원을 뚫은 건 1997년 말, 2001~2002년, 2008~2009년 등이었다. 고환율에 수입 기업들은 한숨이다. 수입하는 제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다.
수출 기업도 상황은 좋지 않다. 경기가 좋을 때라면 가격 경쟁력이 생기겠지만, 그 반대라면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이유에서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 100개 기업 중 87곳이 국제 원가재 가격 상승이 경영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환율이 오르면서 우리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외화보유액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의 외화보유액은 4386억1000만 달러(약 573조7000억 원)로 1년 새 245억1000만 달러(약 32조 원) 감소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유로존 경기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유로화 약세, 상대적으로 견조한 미국 경기 펀더멘털,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미 달러화 강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하반기에도 환율은 1250~1350원에서 등락하는 가운데 상방 리스크가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