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한가운데 길고 좁은 ‘정체전선’ 형성
8일 오후 9시 기준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의 레이더 영상을 보면 길고 좁은 형태의 비구름이 한반도 한가운데를 가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붉은색을 띠는 강한 비구름이 형성돼있는데요. 서울 동작구와 서초구, 관악구 등에는 시간당 90~110mm의 많은 강수량을 뜻하는 보라색 구름도 보입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이유는 바로 이 붉은색 띠인 ‘정체전선’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북쪽 티베트고기압과 절리저기압은 한랭건조한 공기를 내려보내고 있고, 남쪽 북태평양고기압은 남부지방의 남쪽까지 가장자리를 확장한 채 고온다습한 공기를 올려보내고 있습니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부딪치면서 정체전선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두 공기의 ‘충돌 강도’가 매우 강했다는 겁니다. 이는 정체전선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동서 길이는 길고 남북 폭은 좁은 형태로 만들어지게 했습니다. 비가 한정된 지역에 매우 강하게 쏟아진 이유입니다. 이로 인해 중부지방에는 비가 쏟아졌지만, 남부지방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폭염이 이어지는 ‘한 나라 두 날씨’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정체전선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곳에 오래 머문 것도 피해를 키웠습니다. 오호츠크해 고압능이 거대한 ‘공기 벽’이 되어 절리저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제5호 태풍 ‘송다’와 제6호 태풍 ‘트라세’가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뒤 우리나라 북동쪽으로 이동해 수증기를 공급하며 공기를 부풀리면서 고압능이 형성됐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일차적으로는 우리나라 남쪽에서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증기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전북·경북을 중심으로 당분간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10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강원내륙.산지, 충청북부, 경북북서내륙 100~200mm, 강원동해안, 충청권(북부 제외), 경북북부(북서내륙 제외), 서해5도 50~150mm입니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에는 30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습니다.
10일 오후부터 11일까지는 충청권과 전북 중심으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11일 낮 정체전선이 일시 북상해 수도권에 일시적으로 강한 비가 올 것으로도 보입니다. 12일에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올 전망입니다.
13일부터는 북한에서 활성화된 정체전선이 다시 남하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정체전선이 오르내리는 정도에 따라 강수량과 강수 구역의 변동성이 크겠으니 최신 기상정보와 레이더 영상을 참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