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로 수력발전소 전력 생산 위기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르예 아슬란드 노르웨이 석유에너지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수력 발전소 저수지 수위가 계절 평균을 밑돌 경우 저수량 확보가 전력 생산에 우선한다”며 “수위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 겨울철 국내 수요량 확보를 위해 전력 수출량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유럽의 최대 전력 수출국이다. 방대한 수력 자원에서 거의 모든 전기를 생산한다. 이 가운데 약 20%를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겨울과 올해 봄 건조한 날씨 탓에 노르웨이 수력발전소들의 수위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노르웨이 수자원에너지국에 따르면 전력 수출 케이블이 밀집한 노르웨이 남부 저수지의 수위는 49.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2019년 중간값인 74.9%에 턱없이 모자라다.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 단일 에너지 시장의 일부이기 때문에 전력 수출을 중단할 수 없다. 그러나 비상상황이 선언되면 수출 제한이 허용된다. 노르웨이 정부가 낮아진 저수지 수위를 이유로 전력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최근 노르웨이 국내 전기료가 치솟으면서 여론이 악화한 것도 정부를 막다른 길로 내몰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력 발전 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전기 가격이 너무 높다는 여론 압박에 떠밀려 노르웨이의 중도좌파 정부가 수출량을 제한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노르웨이 일부 정치인들은 유럽 에너지 위기가 끝날 때까지 에너지 및 전력 수출을 중단하라고 정부에 요구해왔다.
노르웨이의 이번 결정으로 유럽 국가들은 더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 전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공급난이 심각해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컨설팅 기업 오로라에너지리서치는 ”노르웨이의 행보는 유럽의 전력 가격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며 “노르웨이 전력 의존도가 높은 영국은 전략적으로 석탄 발전을 써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