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일 당헌을 개정해 비상대책위원장에 주호영 의원을 임명하는 등 비대위 체제 전환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지난해 출범한 ‘이준석 체제’는 1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제3차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대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원들을 상대로 총 3회에 걸쳐 ARS(자동응답) 투표를 진행한 결과, 위원 정수 총 707명 중 509명이 투표에 참여해 의결정족수 과반(354명)이 넘는 457명이 찬성해 안건이 가결됐다. 반대는 52표였다. 전국위는 코로나19 등을 고려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어 오후 2시에는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대구 출신 5선인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발표한 뒤 의원들의 추인을 받았다. 권 직무대행은 전국위 회의 직후 주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으며, 주 의원은 이를 수락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오늘 의총에서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는 데 있어서 의원들의 반대 의견이 한 분도 없이 모두 100% 찬성한 상태에서 추천 공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비대위 활동 기간에 대해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오늘 의총에서는 비대위 기간이나 성격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면서도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는 주 의원이 선임된 비대위원들과 상의하고 의원들 얘기도 듣고 바깥 얘기도 들어서 정하는 게 옳지 않을까 하는 게 권 대행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판사 출신의 중진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당선된 뒤 내리 5선을 했다.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거치며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특임장관, 대통령 정무특보 등을 지내 옛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된다. 옛 친이계인 당내 ‘윤핵관’들과의 친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별다른 개인적 인연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 후보 선대위 조직본부장 등을 맡았지만 상대적으로 ‘친윤 색채’는 옅은 편이다.
‘주호영 비대위’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비대위원 인선을 마친 뒤 가급적 이번주 안에 상임전국위를 열어 비대위원 임명 안건을 의결하고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사상 초유의 ‘당권 쿠테타’ 사태로 출범하는 ‘주호영 비대위’ 앞에 놓인 길은 첩첩산중이다. 우선 당 내홍을 수습하고 추락하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계기를 마련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을 되살려야 하는 임무도 띠고 있다.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뽑는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막아 내는 것도 과제다.
특히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안정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임무는 이번 비대위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이미 전대 개최 시기 등을 둘러싸고 당권 주자들 간 신경전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대위원 구성은 원내·원외를 골고루 안배하는 방식이 유력하며 ‘친윤’이 얼마나 포함될지가 관전포인트다. 비대위원은 최대 14명까지 둘 수 있지만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위해 과거 비대위 때와 마찬가지로 9명 이내의 한 자릿수로 구성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일환 이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