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불법사채 무효법’…대부업계는 "말도 안돼"

입력 2022-08-10 15:49수정 2022-08-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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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호 법안 '불법사채 무효법'
대부업계 "계약 자체 무효는 사적 재산권 침해"
李 측 "불법은 보호대상 아냐…페널티 강화해야"

▲기자회견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불법사채 무효법’을 두고 대부업계에선 사유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법정 최고이자율의 2배가 넘는 고금리를 적용해 맺은 대차 계약 자체 등을 무효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재명 의원은 지난달 27일 법정 최고이자율을 어긴 금전계약의 경우 이자 관련 계약 조항을 무효로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이자제한법’ 및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각각 법사위와 정무위에 회부된 상태다.

이 의원은 “최근 주가·자산시장 폭락에 금리 인상이 겹쳐 가계부채 부담이 늘고 민생이 위협받는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른바 ‘불법사채 무효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 공공기관 민영화 방지법안에 이은 이 의원의 두 번째 대표 발의 법안이다.

업계는 ‘계약 무효화’ 대목을 문제 삼는다. 현행법은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만 무효 처리 했는데, 해당 법안은 '이자 계약 전체'가 무효 대상이 되면서 원금만 갚으면 된다는 얘기가 된다. 최근 법안 검토를 마친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이자는 사용 기간에 대한 사용료 개념인데, (법정 이자율) 이전까지의 사용료조차 수취하지 못한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법안은 법정 최고이자율의 2배를 넘길 경우,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원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으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처벌을 받는다. 표면상의 약정 이자가 아닌 실제 약정이자를 기준으로 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계약 자체는 성립해야 한다고 맞선다. 그는 “피해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무등록 대부업자를 대상으로 한 관리·감독 및 처벌 강화 방안도 있는데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면서까지 전체 대부업체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 의원은 ‘위법은 보호 대상 아니다’라는 원칙으로 맞선다. 이재명 의원실은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패널티를 강화해야 법정 이자율을 지키려는 노력도 이어진다”며 “서민들이 불법으로 고통을 겪는데 불법을 보호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9일 CBS 라디오에서 열린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도 자신의 ‘불법사채무효법’을 거론하며 “합의에 의해서 법률이 금지한 것을 개인들이 위반했는데 일정 정도까지 보호해 준다는 옳지 않다”며 강훈식·박용진 의원의 동참을 촉구했다.

야당 내에서도 미온적인 분위기다. 강 의원은 해당 법안의 계약 무효화 대목을 언급하며 “민법의 원칙을 고려하면서 형성된 법률관계를 넘어서긴 어려울 것도 같다”면서 추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후보도 “법안을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취지가 좋다고 해서 추진했다가 된통 혼난 경우도 많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의원은 2년 전 경기지사 시절 여야 의원을 대상으로 최고이자 10% 제한과 ‘불법사채 무효법’ 제정을 촉구하는 친전을 보냈던 만큼 추진 의지가 강하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같은 골자로 이자제한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관련 법안들은 결산 심사가 끝난 9월경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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