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번 넘게 수정헌법 5조 내세워 묵비권 행사
위증시 형사처벌 가능성 감안한 듯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 심문에 맞춰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미국 헌법이 모든 시민에게 부여한 권리에 따라 검찰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로날드 피세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4시간가량 이어진 심문 과정에서 줄곧 묵비권을 행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질문에 답한 것은 딱 하나, 이름이었다. 이어 이번 수사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녀사냥”이라며 “민주당의 검찰이 공개적으로 나를 파괴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후 모든 질문에 “이하동문(same answer)”이라는 답을 되풀이했다.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이날 증언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440차례 넘게 수정헌법 5조가 보장한 권리를 내세웠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거짓 증언을 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세티 변호사는 “트럼프가 증언하기를 원했으나 변호인단이 증언하지 않도록 설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과거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공격할 때 결백하다면 수정헌법 5조를 들먹일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족, 동료, 지인들이 근거 없는 정치적 이유로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을 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자신의 묵비권 행사를 옹호했다. 이어 “예전에 ‘죄가 없다면 왜 묵비권을 행사하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답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일가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축소하면서도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선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뉴욕주 검찰은 민사 사건으로 이 사안을 다루고 있어 형사 기소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맨해튼 연방 지검은 같은 사안을 형사 사건으로 다루고 있어 기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흑인인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을 ‘인종차별론자’로 몰고 있다. 민주당 소속 흑인 여성인 제임스 총장이 정치적 이유로 표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장녀 이방카도 지난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묵비권을 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