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터뷰에 나선 '카터' 정병길 감독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김옥빈 주연의 액션 영화 ‘악녀’로 국내 대표 액션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새로운 걸 시도할 때는 두려움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작가로서 매일 똑같은 앵글의 무언가를 만드는 건 내 일을 충실히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카터’는 바이러스가 창궐한 한반도에서 자체 백신인 소녀를 데리고 목적지로 향하는 요원 카터(주원)의 액션 활약을 다룬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를 연상케 하는 미션 수행식 액션 전개에 정 감독은 “그 게임은 알지 못하지만, 어릴 때부터 게임을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게임의 긴장감과 재미 요소가 당연히 내 영화에 투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진들의 동적인 움직임으로 장소와 공간 이동이 빠르게 일어나는 만큼, ‘카터’는 신과 신을 매끄럽게 이어 붙이는 편집의 묘가 필요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종종 적절한 편집점을 찾아내는 게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원테이크라는 특성상 서로가 최선을 다해도 NG가 나거나 (구현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원했던 베스트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몇 날 며칠을 그 테이크만 찍을 수는 없기에, 2안이나 3안으로 생각한 지점을 선택하죠. 그러다 보면 (장면과 장면 사이를) CG로도 (매끄럽게) 붙일 수 없는 대목이 생겨요.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수용하고 가야 합니다. 그때가 연출자로서 마음이 아프고 가장 고통스러운 때였어요.”
정 감독은 주인공 카터가 목욕탕에서 1대 다수의 싸움을 벌이는 오프닝 시퀀스의 숨겨진 이야기도 전했다.
“바닥이 미끄러울까봐 (특수)쿠션을 깔았는데, 목욕탕에 습기가 차서 쿠션이 떨어지니 오히려 더 미끄러워지더라고요. 이걸 다 떼려면 하루는 걸리겠다 싶었는데 배우, 스턴트배우, 스태프까지 모두 달라붙으면 한두 시간이면 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촬영을 잠시 중단하고 진짜 그렇게 했죠. 지금 생각하니 그 장면을 메이킹 영상으로 찍어 놨더라면… 좀 뭉클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카터'에서 가장 공을 들인 스카이다이빙 액션 시퀀스는 국내 기술진의 도움을 받아 실제 상공 낙하 촬영으로 완성했다. 자유 낙하는 30~40초에 불과했지만, 짐을 꾸려 다시 비행기로 공중에 올라가는 시간이 필요해 하루 최대 10번까지만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과정을 총 10회 차 동안 반복해 얻어낸 결과다.
당초 ‘아이언 맨’을 촬영했던 할리우드의 스턴트팀, 러시아의 스카이다이빙 곡예사 등을 대상으로 수 차례 미팅했지만 공중에서 총싸움을 하는 시범 영상을 보고 “불가능하다”고 거절하는가 하면 “몇십 억 예산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정 감독은 “국내팀이 내 생각보다 더 많은 비주얼을 만들어 줘서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스턴트맨이 카메라를 직접 들고 뛰고, 무술감독이 와이어로 카메라를 몸에 달고 공중에서 뛰어내리며 촬영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를 아끼지 않은 ‘카터’ 연출 과정을 설명하던 정 감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앵글로 볼거리를 만들면 안정적이고 편하긴 하겠지만 새롭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걸 보여주면 (그걸 낯설게 느끼는 이들과) 거리감이 생길 수 있어요. 제가 상처를 받는 일도 있겠죠.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을 멈추면, 새로움을 갈구하는 분들에게는 실망감을 줄 수 있어요.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걸 추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