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오랜 꿈은 ‘인류의 화성 이주’다. 그는 인류가 다행성 종족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세운 이유다.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은 화성 이주 프로젝트의 한 과정이다. 머스크는 이를 달에 ‘돌아가는’ 것이라 설명한다.
우주 탐사 기업의 첫 번째 미션은 우주에 보낼 수 있는 ‘로켓’을 만드는 것이다. 스페이스X 설립 초기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세 번의 로켓을 발사할 돈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 번의 시도는 모두 실패한다. 머스크는 낙담하지 않고 다시 돈을 끌어모았다. 2008년 모든 걸 건 ‘팰컨1’의 4번째 발사에 드디어 성공한다.
이 성공으로 스페이스X는 우주 개발의 선봉장으로 우뚝 선다. 우주 비행 사상 오직 4개의 독립체가 우주 캡슐을 궤도에 발사한 뒤 성공적으로 지구에 소환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일론 머스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리턴 투 스페이스’다.
올해 4월 공개된 이 작품을 소환한 건 최근 발사에 성공한 국내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다. 다누리는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6월 한국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으나, 다누리를 달의 궤도까지 보내기 위해서는 더 높이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가 필요했다. 그 대안으로 선택된 게 팰컨9이다.
팰컨9는 재활용 가능한 우주 발사체다. 그동안 로켓과 같은 우주발사체는 위성 등의 탑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린 뒤 그대로 버려지곤 했다. 이미 우주까지 올라간 발사체를 회수해올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낭비해야만 했다.
다누리가 탑재됐던 ‘팰컨9 블록5’는 이 같은 재사용 로켓 시리즈의 ‘최종 완성형’으로 여겨진다. 스페이스X는 팰컨9를 100회 이상 재사용하는 데 성공하며 우주 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는 인류의 우주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리턴 투 스페이스’는 성공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실패의 기록에 더 가깝다. 작품은 성공보다는 그 과정 속 수많은 실패에 더 주목한다. 스페이스X는 ‘팰컨1’ 로켓을 쏘아 올리는 데 번번이 실패하며 망할 위기에 처한다. 머스크는 가진 돈을 전부 스페이스X에 털어 넣었지만, 그 돈은 순식간에 공중에서 사라졌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거듭된 실패의 연속이었다. 1986년 유인 우주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공중 폭발해 우주인 7명이 전원 사망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10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1차 발사에 실패했다. 그러나 수많은 도전 끝에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우주인을 우주로 보낼 수 있게 됐고, 우리의 누리호 발사도 결국 성공했다.
이제 머스크의 목표는 달에, 그리고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미국 우주항공국(NASA)와 함께 인간을 달로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시작한다. 머스크는 2050년까지 화성에 도시를 짓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머스크의 말처럼 이간은 다행성 종족이 될 수 있을까. 머스크가 그렇게 말했으니 가능할 것도 같다. 그는 될 때까지 하는 ‘괴짜’니까. 물론 위대한 업적만큼 품성까지 갖췄다면 ‘괴짜’가 아닌 ‘위인’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