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당에 기대했던 주민의 절박한 표정을 보면서...” 끝내 눈물
“윤핵관들과 끝까지 싸울 것...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겠다”
“윤핵관들, 어쩌면 떠받들었던 사람까지 희생양으로 삼을지 모른다” 의미심장한 말까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3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의원들을 직접 거명하고 그야말로 울분을 토했다. 지난달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뒤 잠행을 이어가던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을 향해 묵혀왔던 비난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련의 상황을 보고 제가 뱉어낸 양두구육의 탄식은 저에 대한 자책감 섞인 질책이었다”며 “돌이켜 보면 저야말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던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겪는 과정 중에서 어디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차 저를 그 새끼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그래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내가 참아야 한다고 크게 ‘참을 인’ 자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목이 쉬라고 외쳤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저한테 선당 후사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매우 가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참을 인’ 자를 새기면서 웃고 또 웃었다”며 “사상 처음 정당이라는 것에 가입했다며 다시는 보수정당이 이미 썩어서 문드러지고 형해화된 껍데기만 남은 반공 이데올로기가 아닌 정치과제를 다뤄달라면서 당원 가입화면 캡처 사진을 보내온 수많은 젊은 세대를 생각하면서 마약 같은 행복함에 잠시 빠졌고, 전라도에서 보수 정당에 기대를 하고 민원을 가져오는 도서벽지 주민의 절박한 표정을 보면서 진통제를 맞은 듯 바로 새벽 기차를 타고...”라고 말을 하다 끝내 울컥하며 눈물을 보였다. “죄송합니다”라고 나지막이 말한 뒤 몇 초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다가 “심야 고속버스를 탔다”고 말을 맺었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오히려 윤핵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날선 비난을 뱉어냈다. 그는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윤핵관들, 그리고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등 윤핵관 호소인들은 윤석열 정부가 총선승리를 하는 데에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라”며 “여러분이 그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절대 오세훈과 맞붙은 정세균, 황교안과 맞붙은 이낙연을 넘어설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윤핵관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이상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며 “지방 선거가 끝나고 당에서 프로그래머를 고용해 추진하려고 하던 당원 소통공간, 제가 직접 프로그래머로 뛰어들어서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또 당의 혁신방향에 관한 책도 탈고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자리를 옮겨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어떤 행보를 보이겠냐’는 질문에 “그렇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라며 “지금 당에서 김앤장 출신 변호사에게까지 수임을 맡겨서 대응에 나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당에서도 다툼을 예상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기각이 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며 “윤핵관이라는 사람은 정당과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희생양 찾아 나설 것이다. 제가 얘기한 것처럼 윤핵관들은 선거가 임박할수록 그 희생양의 범주를 넓혀서 어쩌면 떠받들었던 사람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윤핵관의 희생양에 대통령도 들어가냐’는 이어지는 질문엔 “거기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삼성가노(三姓家奴)’가 떠오르기는 하는데 그 이상 말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가노는 ‘세 개의 성을 가진 종놈’이라는 뜻으로 삼국지 연의에서 장비가 정원, 동탁 등 양아버지를 여럿 섬긴 여포를 비난하며 사용한 말이다. 앞서 이 대표는 장제원 의원을 향해 ‘삼성가노’라며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윤핵관의 이름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이며, 윤핵관 호소인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엔 “저는 윤핵관이라고 하는 분들과 윤핵관 호소인의 의미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누가 조금 더 실질적인 행동 했느냐가 문제지, 가고 싶은 방향은 비슷해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새로운 이름을 공개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언론에서 윤핵관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었고, 윤핵관이라 (불려) 기분 좋다고 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언론이 다 알고 있는 얘기다. 오피셜하게(공식적으로) 나왔다는 것이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핵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다르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엔 “이제는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말을 보태지 않아도 지난번에 노출된 메시지 많은 함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냐’고 묻자 “답할 이유가 없다. 없을뿐더러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없다. 이유도 없고 풀 것도 없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텔레그램 문자에 대해서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고 해서 오해하지 않고 정확하게 알아들었으니 오해했다고 오해하지 말라고 했다”며 “무슨 의도를 가지고 어떤 생각인지 명확히 알아서 더 이상 자질구레한 일에 대해 의견 나눌 생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