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전기차 레이싱 대회
가족ㆍ연인 모두 부담없이 즐기는 축제의 장
"우와~"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내 올림픽 주경기장 트랙으로 22대의 젠2(GEN2) 차량이 들어오자 관중석에선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부모님 손을 잡고 들어온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연신 탄성을 내뱉었다.
13일과 14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에선 국내 최초로 '포뮬러E 월드 챔피언십'(서울 E프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가 주관하는 '서울페스타 2022'와 연계해 개최됐다.
포뮬러E 월드 챔피언십은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친환경 전기차 레이싱 경기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재규어, 포르쉐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로 구성된 11개 팀, 22대 차량이 이번 서울 대회에서 올 시즌 최종 챔피언십 트로피를 두고 경쟁을 펼쳤다.
이번 서울 대회는 포뮬러E 월드 챔피언십 시즌8 마지막 라운드이자, 포뮬러E의 100번째 경주다. 이번 대회를 위해 주최 측과 서울시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전기차 레이싱 트랙으로 바꿨다. 인근 도로까지 총 2.618km 규모다.
포뮬러E는 모든 팀이 공식 경주차인 젠2로 경쟁을 펼친다. 젠2는 최고 시속 280km, 배터리 최대 출력은 250kw다. 차량 무게는 선수를 포함해 900kg에 불과하다. 전기차 특성상 경기는 단 45분만 진행된다.
전기차 경주의 특성상 자동차가 내달릴 때 내는 엔진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시속 200km에 육박하는 머신이 직선주로를 달릴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생각 이상으로 컸다. 경기 규칙이 복잡하지 않은 경기 특성상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는 모터스포츠 경기지만, 관람객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자동차 관심도가 높은 성인 남성은 물론, 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모녀와 연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3일 본선 경기가 치러진 오후는 비가 그친 직후라 습도가 매우 높았다. 경기가 지루하거나 흥미를 끌지 못했다면 자리를 뜰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관람객들은 연신 손부채질을 하면서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차량이 올림픽 주경기장 트랙으로 진입하자 관람석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린 딸과 함께 경기장을 방문한 A씨는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데 입장권을 구해 딸과 함께 경기를 보러 왔다"며 "사실 전기차 포뮬러 대회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재밌고, 전기차 대회라고 하니 소음이나 먼지도 덜 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경기를 보러 온 B씨는 "경기 끝나고 진행되는 콘서트에 관심이 있어서 보러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고, 긴장감 있다"며 "홍보를 더 했더라면 더 많은 관객이 찾아왔을 텐데 너무 안 알려져서 아쉽다"고 했다.
아울러 포뮬러E 경기 이외에도 가족 단위 관람객을 고려한 프로그램과 체험 장소도 눈에 띄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 만화 포켓몬스터의 인기 캐릭터 피카츄가 단체로 등장하는 '피카츄 미니 퍼레이드'나 삼성전자 홍보 부스 등은 여가를 보내기 충분했다. 관련 상품(굿즈)을 구입할 수 있는 '팬스토어'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넓은 행사장 규모와 달리 행사 안내 표지판이나 지원 인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입장 이후 헤매는 인원이 많았다. 포뮬러E 대회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