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행정 지도 따른 것…공정거래법상 '부당성' 충족 못해"
병아리를 폐기하는 등 치킨·삼계탕 등에 쓰이는 닭고기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려고 담합한 혐의를 받는 하림 등 육계업계 6개사가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공판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하림·올품·한강식품·동우팜투테이블·마니커·체리부로 6개사는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이들 업체가 담합을 논의하는 창구로 활용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육계협회 역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재판에서는 △육계 담합으로 인한 합의가 시행됐는지, 효과가 있었는지 △삼계 담합이 공정거래법상 불법행위로 볼 수 있는지 △혐의가 모두 인정됐을 경우 양형에 대한 부분이 쟁점이 됐다.
하림·올품·한강식품 측은 "모여서 논의한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 "각 회사의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지거나 담합이 시행되지 않았고, 효과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시·행정지도에 따른 논의이므로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면서 "공정거래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는 '부당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육계 담합 혐의로만 재판에 넘겨진 마니커 측 역시 다른 피고인들과 입장을 같이했다. 동우팜투테이블과 체리부로 측은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기로 하고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국육계협회 측은 "닭고기 사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행동"이라며 "특히 2008년 이뤄진 생계운반비 인상 논의는 화물연대 파업을 막으려는 정부 차원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올해 4월 육계·삼계·종계의 판매가·생산량·출고량 등을 인위적으로 결정한 혐의로 한국육계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2억 100만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하림 등의 업체는 2005년 11월∼2017년 7월 총 60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을 직접 협의하거나 판매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산량·출고량을 협의해온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육계 신선육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판매가격 산정식을 구성하는 모든 가격 요소를 인상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닭고기 판매 시 할인금액이나 할인 폭을 축소하는 방법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아리와 종란(달걀)을 폐기·감축해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이미 생산된 신선육을 냉동 비축해 출고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품과 하림 등 2개 업체는 2011년 7월부터 6년간 18차례에 걸쳐 같은 방식으로 삼계 신선육 판매가격 등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