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정책 운영안과 관련한 업계 설명회는 비공개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번 설명회를 공개하기로 했다. 취재기자도 설명회에 참석할 수 있다. 비보도 전제도 아니다. 엠바고도 없다. 행사 장소도 애초 은행연합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으로 변경했다. 참석자 수용 규모가 더 큰 곳으로 바꾼 것이다. 금융위 직원도 “설명회를 공개하는 것은 드물다”라고 얘기할 만큼 이례적인 설명회다. 금융위가 ‘새출발기금’ 추진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새출발기금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거론됐던 ‘배드뱅크’다.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및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배드뱅크(bad bank)’란 단어가 가진 부정적 뉘앙스보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털고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아 기금의 명칭을 ‘새출발기금’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연체 90일 이상 부실차주에 대해 최대 90% 원금감면을 적용할 방침이다. 원금감면과 그 수준을 두고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 도덕적해이 유발 등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됐다.
금융위와 금융권은 새출발기금 운영안을 협의하고자 4월부터 한 주에 1~2회에 회의를 진행했다. 매주 1회씩 회의를 했다고 가정하면 지금까지 20회가량 만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금융위는 새출발기금이 금융회사에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라고 얘기하는 반면, 은행들은 부실채권 매각 자율성이 떨어지고 헐값이 매겨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새출발기금이 사들이려는 부실·우려 채권 규모는 30조 원이다. 금융위에서 파악한(올해 2월 기준) 7% 이상 고금리가 적용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건만 따져도 48만8248건이다.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운 차주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기금명 그대로 ‘새출발’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코로나19와 경제악화란 악재를 겪고 있는 취약 차주에게 금융지원책은 ‘들숨’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정책에 대한 ‘꽤 괜찮은’ 의미 부여를 해야 하는 작업은 불필요하고, ‘꽤 괜찮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투정을 삼켜야 할 시기다.
‘새출발’이란 이름은 오염되지 말아야 한다. “금융정책 덕분에 살아났다”는 후기가 여기저기서 쏟아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의도 화제어인 ‘양두구육’으로 출발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