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 상장지수펀드(ETF)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이 두 자릿수일 정도로 양호하지만, 전 정권의 핵심 아젠다였던 데다가 투자자들의 관심이 수그러들면서 동력이 꺼진 것이다.
18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출시된 뉴딜 ETF는 단 한 건도 없었다. 2020년만 하더라도 5개의 자산운용사는 9개의 뉴딜 ETF를 출시했다. 그다음 해인 지난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뉴딜 ETF를 포함한 총 5개의 뉴딜 펀드에 가입하면서 6개의 뉴딜 ETF가 새로 출시됐다. 모두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콘셉트의 ETF들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정권 말로 접어든 지난해 말 이후로 ‘뉴딜’을 이름에 넣은 ETF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근래 뉴딜 ETF의 성적표는 코스피보다 좋다. 코스피가 한 달 동안 9.09% 오를 동안 15개의 뉴딜 ETF의 평균 수익률은 12.76%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37.66%), KRXBBIGK-뉴딜레버리지(20.86%), 삼성자산운용의 에프앤 K-뉴딜디지털플러스(12.98%)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전 세계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서 전기차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점,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 등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BBIG의 미래도 나쁘지 않다.
뉴딜 ETF가 출시되지 않는 것에 대해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뉴딜’이라는 단어 자체가 정치 프레임이 씌워져 버렸다”며 “사실 수익률은 좋지만 정치 때문에 (업계가)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뉴딜’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뉴딜’이 전 정부의 용어이고 지금은 핫한 테마에서 비켜났다”며 “한떄는 유망했지만 현재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아닌 거 같다”라고 했다.
실제 이 탓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에프앤 K-뉴딜디지털플러스’는 다음 달 16일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신탁 원본액이 50억 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운용사가 소규모 ETF 상장폐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상장폐지 이틀 전인 다음 달 14일까지 유동성공급자(LP)가 제시하는 호가로 매도할 수 있어 금전적 손실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해당 ETF의 1개월, 3개월 수익률은 각각 12.97%, 10.05%다.
이처럼 정권에 따라 대세 펀드가 바뀐 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저탄소 녹색성장을 키워드로 나오면서 ‘녹색성장펀드’가 출시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했던 2008~2013년 50개의 녹생성장펀드들이 출시됐으나 이 역시 2013년 말 이후 자취를 감췄다. 수익률도 정권의 흐름과 같았다. 출시 직수 한 달 수익률이 50%를 넘기기도 했으나 정권 말에 20%의 손실을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을 강조하면서 전체 통일 관련 펀드 66개 중 절반인 33개가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나왔다. 그나마 통일 펀드는 정권이 끝난 후에도 지난해 5월까지 드문드문 나왔다.하지만 수익률은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곤두박질 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투자 격언 중 ‘정부의 반대편에 서지 말라’는 말이 있다”며 “자본주의에서는 정책에 따라 돈이 몰리기도 해 투자자로선 좋은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만, 투자의 근거인 정책의 강도가 어떻게 되는지 세밀하게 살핀 후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