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환율 대란 속에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환차익을 거뒀다. 환손실도 이와 비슷하게 늘었는데, 불확실한 환율 변동 속에서 외환차익과 외환차손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환율 변동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18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외환차이로 인한 금융수익은 7조994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 3조1170억 원보다 2.3배 증가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2분기 환차익은 4조49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배 늘었다. 삼성전자는 외화거래 및 환산으로 발생한 외환차이를 금융수익 및 금융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1188.80원에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6월 말 1298.40까지 오르며 109.6원 올랐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가전, 통신기기 등의 업종은 제품 가격경쟁력 향상으로 매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미주(31%), 중국(26%), 아시아·아프리카(20%), 유럽(12%), 국내(10%) 등의 순으로 매출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이슈 등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2분기 기준 최대 및 역대 두 번째 분기 매출 77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4조1000억 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달러화의 큰 폭 강세로 부품 사업 중심으로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약 1조3000억 원 수준으로 회사 영업이익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당기순이익이 2505억 원 늘고 반대로 5% 하락할 경우 2505억 원이 감소한다고 기재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낸드(NAND) 출하량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효과가 기대보다 크게 반영됐다”라고 분석했다.
외환차이로 인해 금융비용으로 인식한 외환차손도 7조13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4배 늘었다. 올 상반기 외환차손은 외환차익을 368억 원 웃돌았다. 작년 상반기엔 반대로 외환차익이 외환차손을 1960억 원 웃돌았다.
다만, 원·달러 환율의 불확실한 흐름 속에서도 외환차손과 차익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 것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두 수치가 비슷하면 환율 통제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뜻한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이익이 늘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해외 투자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방어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은 우호적이지 않다. 그러나 환율 효과가 일종의 버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수요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환율효과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실적이 시장 우려 대비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