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 취임 100일…검찰 권력 되돌렸으나 갈등만 키웠다는 평가도

입력 2022-08-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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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이 8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24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100일이다. 직제 개편과 ‘시행령’ 입법으로 검찰 권력을 되돌렸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행정부와 입법부간 갈등만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총장 없이 단행한 검찰 정기인사는 검찰내부에서조차 ‘총장 패싱’과 ‘특수통 우대’라는 비판을 낳았다.

상위법 취지 뒤집는 시행령…“검찰 정상화” vs “법치주의 어긋나”

5월 17일 69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한 장관은 곧 시행될 ‘수사기소권 분리(일명 검수완박)’ 법안 시행에 맞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데 이어, 상위법 취지를 뒤집는 ‘시행령 개정’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기존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로 한정했으나, 법무부는 시행령을 통해 부패‧경제 범죄의 범위를 대폭 늘리고 공직자‧선거 범죄로 분류된 일부 범죄까지 시행할 수 있게끔 했다. 직제개편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를 강화하고 합동수사단을 설치해 검찰의 수사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 내부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을 제 자리에 돌려놨다’라는 긍정평가를 내놓고 있다. 21일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수완박이라는 법이 형사 수사와 절차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만든 법이기 때문에 시행령은 이를 다시 다듬어나가는 과정”이라며 “오히려 시행령에 수사 범위를 더 포괄적으로 담고 과감하게 만들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인사도 “한 장관은 검찰을 정상화하고 수사기관으로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끔 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 장관은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의 처벌을 어렵게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보게 될 피해는 너무 명확하다”며 우려를 나타냈었다.

반면,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법치주의에서 법이란 기본적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입법이 우선이다. 행정부가 일방적 결정으로 법의 취지를 벗어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고치는 것은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월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고 있다. (뉴시스)

‘편향인사’ 검찰 내부도 비판…특수통 전진 배치에 ‘사정정국’ 예고

한 장관의 검찰 인사는 ‘특수통’과 ‘친윤(친윤석열)’으로 요약된다. 또, 검찰총장 없이 단행한 검찰 정기 인사는 ‘총장 패싱’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전 정권에서 전진 배치됐던 검사들의 좌천도 줄을 이었다.

공안통 등 인사에서 밀린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졌고, 검찰 내 반발도 상당했다. 지방의 한 검사는 “과거 문재인 정권에서 불이익을 받고 내쳐졌던 이들을 챙겨주자는 메시지”라고 전했다.

주요 특수통들을 검찰청 검사장 등에 배치하며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사정정국’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 최근들어 서해 피격, 어민 북송, 월성원전 조기폐쇄 등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났던 사안들에 대해 하루가 멀다하고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현 정부의 실질적 ‘2인자’로 불린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그의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한 부처의 장관으로서 입법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의 법조계 인사는 “한 장관은 야당에 맞서는 시행령을 입법하기 전에 국회를 아우르며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며 “야당은 기계적으로 지금의 검찰과 법무부를 비판하겠지만 그래도 장관은 자세를 낮추고 입법부에 설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월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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