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강경 거부에 대통령실
박진-블링컨, 유감 표하며 담대한 구상 재확인
대통령실 "尹 실명 거론 무례한 언사 유감"
태영호 "햇볕정책도 거부했었다…김정은 마음 흔들어"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을 거부하자 한미 외교부 장관이 유감을 표했다. 용산 대통령실도 유감이라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건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 문을 두드릴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담대한 구상을 공식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틀 뒤인 윤 대통령 취임 100일째이기도 한 지난 17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쏘는 무력시위에 나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어서 이날 직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 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며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 자원-식량 교환과 발전·의료·교역 인프라 지원 등 경제지원을 하고 비핵화 단계에 따라 군사협력에 평화정책을 안착시키는 정치협력까지 추진하는 내용으로, 북미관계 정상화와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 등 정치·군사협력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보다 포괄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해 북한에 대한 유감을 표하고, 담대한 구상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후속 협의를 가졌다. 북한이 거부 의사를 표하더라도 담대한 구상 추진은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 “북한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며 핵 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 같은 물건짝과 바꿔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천진스럽고 아직은 어리기는 어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며 윤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맹비난했다.
대통령실은 이어 “북한의 이런 태도는 스스로의 미래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재촉할 뿐”이라며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우리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북한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의 노골적인 거부 의사에도 정부가 담대한 구상 추진 의지를 꺾지 않는 것은 ‘강한 부정은 곧 강한 긍정’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윤 대통령이 17일 기자회견에서 미북관계 정상화 외교적 지원과 재래식 무기 군축 제안 등 담대한 구상에 대해 좀 더 세부적으로 밝히자 18일 김여정이 전면 거부 입장을 밝혔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까지 비교하며 비난 수위를 높인 건 담대한 구상을 면밀히 분석하도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김여정이 ‘우리의 반응을 목 빼들고 궁금해 해 오늘 몇 마디 해주는 것’이라고 운을 뗀 대목이 인상 깊은데 지금까지 대통령의 대북 제안에 이런 신속한 입장 발표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며 “김여정이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했는데 인간관계에서 상대가 싫으면 무시해버리면 되지 남들 앞에서 ‘네가 싫어’라고 공개적으로 외치는 건 어찌 보면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처음 나왔을 때도 북한은 강경히 거부했으나 내적으로는 본격적 연구·분석에 들어가 점차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며 “김여정이 3일 만에 반응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김정은의 마음을 흔들어 초기 목적은 일단 달성한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