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국정 기조 변화를 시사하는 두 가지 조치를 내놨다. 하나는 대통령실 개편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한 경호 강화다. 전자는 인적 개편의 신호탄이고, 후자는 협치를 위한 대야 화해 제스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신설된 정책기획수석에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임명하고,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전 의원을 홍보수석에 발탁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수석에 대해 “대통령 국정철학 이해도가 높고, 앞으로 국정철학과 국정과제 운용에 있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할 적임자”라고 평했다. 이 수석에 대해선 “국정 운영에서 부처와 대통령실, 국민 간 소통과 이해를 보다 원활히 해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정책 혼선과 홍보역량 부족이 국정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윤 대통령의 판단이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맞는 말이다. 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과 고용노동부의 ‘주52시간제 개편’ 등을 둘러싼 혼선은 무능한 정부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런 실책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 조율 기능을 강화한 것은 타당한 조치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문제가 생겼다면 홍보 기능을 보강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경호 강화는 집회·시위자들의 위협으로부터 문 전 대통령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6월 7일 ‘법대로’를 언급하며 부정적이었던 윤 대통령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다분히 국민통합 명분을 앞세워 야당과의 협치에 나서겠다는 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다.
인사 쇄신과 협치로 국정기조를 전환해 심기일전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 지지율이 20%대까지 밀릴 정도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서 탈피해 민심을 살피겠다는 방향 설정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윤 대통령이 위기의 본질을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위기의 상당 부분은 윤 대통령 책임이다. 부실한 인사와 비선 논란, 거친 말, 문자 파동으로 위기를 키운 건 바로 윤 대통령이다. 주변을 땜질 식으로 정리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국민이 진정 바라는 건 윤 대통령의 변화된 모습이다. 총체적 국정 난맥상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빠진 건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나름 최선을 다했으나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 앞으로는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국민은 듣고 싶어 했다. 윤 대통령의 100일 회견이 실망스러웠던 이유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대통령 리더십이 위기의 본질이다. “나는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이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인식과 자세로는 국민 마음을 돌릴 수 없다. 민심을 제대로 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변했다는 걸 국민이 느낄 때 국정쇄신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국민과 호흡할 수 있는 소통의 리더십 회복이 쇄신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