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손님이던 지역의 군인들마저 근처의 신축 무인모텔에 빼앗기고,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자살자들이 찾아와 경찰만 들락대기 일쑤다.
암담하기만 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도우는 어머니의 신경안정제를 먹고 잠드는데, 하필 그날 밤 어머니가 실종된다. 함께 어머니를 찾아주던 마을 사람들은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도우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파로호’는 군부대밖에 없는 인적 드문 지역에서 오래된 모텔을 운영하며 점차 삶의 희망을 잃어가던 주인공이 어머니의 실종사건을 기점으로 심리적 혼란 상태에 빠지는 과정을 다루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동네 경찰 현지(공민정)의 사건 정보 전달, 미심쩍은 행동을 하는 남자 호승(김대건)의 등장 등 관객은 몇 가지 힌트를 통해 범인 추적망을 좁혀 나가보려 하지만, 어느 시점 실제 사건과 주인공 도우의 망상이 합쳐지면서 진실을 알아내기 어려운 순간에 도달한다.
동네 다방에 새로 취직한 젊은 여자 미리(김연교), 아픈 남편을 돌보는 교회 이웃 혜수(강말금), 주인공을 은근히 무시하는 동네 친구 병준(홍지석)과의 관계를 함께 다루면서 집착, 질투, 의심과 공포 등 부정적 감정을 다층적으로 배합한다.
임상수 감독은 9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에 반전이 있어서 이 부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초반부터 노력했다”면서 “모텔의 음습함을 기본적으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호승이라는 인물이 실존하는 인물인지 아니면 환상인지에 대한 질문을 얹었다”고 했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게 영화의 콘셉트라는 설명이다.
다만 어머니의 실종 이후 호텔을 찾아온 미심쩍은 인물에게 지나친 호의를 베푸는 등 주인공의 행동이 다소 작위적인 측면도 있다.
건조한 표정 뒤 숨겨진 혼란을 드러내는 주인공 도우 역은 ‘극한직업’과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방법’, ‘마인’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이중옥이 맡아 연기했다. 공민정, 강말금 등 독립영화계의 대표 배우가 출연해 작품 전반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파로호’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제작해 제51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파로호’ 18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