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영향으로 상반기 국내 제약사들의 처방(전문의약품) 감기약 매출이 대폭 늘었지만, 제약사들은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올해 사용량이 증가한 처방 감기약 품목이 ‘사용량-약가연동 협상제도(이하 약가연동제)’ 대상에 포함돼 보험약가가 인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제약업계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감기약 사용량 증가와 공급부족 현상에 대응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인 만큼, 코로나19 처방 감기약 품목을 약가연동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감기약 수급난으로 다수의 제약사들이 일부 감기약 생산량을 늘렸다. 다만 제약업계는 3~4월과 달리 생산량을 무조건 늘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사용량 급증 품목이 약가연동제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약가연동제’란 건강보험 약제비 지출 합리성을 위해 2007년 도입됐으며, 처방 의약품 사용량 증가 시 건강보험에서 지불하는 약가(상한금액)를 인하하는 제도다.
제약업계는 코로나19 처방 감기약에 대한 약가연동제 적용 제외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7월말 이런 내용의 건의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60만 명이 넘는 대유행 시기와 달리 지금은 생산량을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민건강을 위해 의약품이 부족하지 않게 공급하는 것이 제약사의 공적인 역할이지만, 정부도 약가인하라는 제약사들의 우려를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약가연동제 완화에 긍정적 입장이다. 정부는 6월 약가연동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제약업계에 제시했다. 또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2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는 약품은 사용량 증가 시 가격을 인하하는 약가연동제 적용을 완화해 제조사들이 망설이지 않고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최근 약가연동제 약가인하 대상(품목)과 인하율 등을 결정하기 위한 세부 내용을 담은 ‘협상참고가격 보정 예시’ 내용을 관련 업계에 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지에 따르면 정부는 사용량이 증가한 처방 감기약의 약가연동제 적용과 관련 협상참고가격 산출시 △코로나19 치료에 처방된 사용량(청구량) 제외 △특정시기(예, 2~8월) 사용량 제외 등을 방안으로 검토 중이다. 또한 정부는 이번주 중 제약업계와 ‘약가제도 개선 민관협의체(협의체)’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협의체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약단체 등이 참여해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기구로 지난해 초부터 운영돼 왔다.
약가연동제 실무를 담당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제약업계에서 요청한 보정방식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검토하는 단계다. 이번주 회의를 통해 보정방식에 대해 어떤 식으로 갈지 논의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대상 품목과 인하율, 시행 시기다. 품목의 경우 제약업계는 현재 코로나19 처방 품목 중 진해거담제와 해열진통제 외에도 염증완화를 위한 항히스타민제, 항생제, 위장관 보호를 위해 통상적으로 감기약과 함께 처방되는 위장약 등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병코드로 처방되는 약제들은 모두 다 적용돼야 한다. 즉 코로나 치료와 관련해 처방되는 의약품이 약가연동제에서 제외되는 것이 업계가 바라는 요청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품목과 인하율의 경우 제약업계는 ‘제외’를 원하고 있지만, 정부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논의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품목을 (약가연동제에서) 제외하는 방향은 아니다. 지침에 따라 참고가격을 보정할 수 있다는 규정에 맞게 논의하는 것”이라며 “최대 10%의 약가 인하 비율도 협상을 통해서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나 식약처 등에서도 적극 고려할 것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인하)비율이 낮아질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기약에 대한 약가연동제 적용 시기는 이번주 열리는 민관협의체 논의 후 빠르면 8월말 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