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국면에 들어선 원자재에 대해 이상기후로 다시 한번 변동성 불안이 불거졌다. 다만 원가 반영은 뒤늦게 되는 경우가 있어 실물경제 타격은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이던 철광석, 구리, 원유 등은 이달 들어 전년 수준으로 내리는 등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철광석 가격은 이날 기준 105.63달러로 52주 최저가인 지난해 연말(104.30달러) 수준에 근접했다.
구릿값도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톤당 8100.85달러를 기록해 지난달 말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전년 수준에 거래됐다. 기름값도 서부텍사스유 기준 연중 배럴당 130.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89.63달러로까지 내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철강재와 전철강 수출량은 각각 5.0%, 5.8%씩 줄었다. 판매 대금은 27.1%, 27.2%씩 늘었지만, 원가 급등에 수요 감소가 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급등세를 보였던 곡물 가격도 지난달부터 큰 폭으로 내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 옥수수 가격은 지난 6월 고점 대비 20% 넘게 내렸다. 연초 대비 40% 넘게 급등했던 소맥 역시 전년 수준을 찾았다.
곡물 가격은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실물 경제 타격은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계약 특성상 3~6개월가량 뒤늦게 원가 반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도 곡물 수입단가 상승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 압력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분기 고점을 경신한 국제 곡물 가격이 3분기 수입 가격이 반영되며 2분기 대비 16%가량 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다른 원재료와 달리 뉴욕상업거래소 기준 천연가스는 하반기 들어 진정세를 보이다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이는 유럽에서 공급 우려가 불거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럽은 무더위에 따른 수요 증가와 러시아 가스 공급량 감소, 겨울철 대비 비축 분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천연가스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수급에 대한 불안요인이 더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이상 기온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전력 부족, 식량 공급 불안과 공급 차질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의 주요 리튬 생산지역인 쓰촨성의 정부는 이상 기온에 따른 주거용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용 전력 공급을 제한했는데, 강수 부족으로 전력 공급도 부족한 상황이다. 충칭시의 전력 공급 제한으로 전기동 제련소 2곳의 생산 제한 가능성이 있다.
농산물 공급 차질 이슈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면의 경우 주요 수출국인 미국, 브라질과 인도의 이상기온 현상으로 원면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농무부의 8월 수급 전망에서도 원면 생산량은 전월보다 -2.55% 하향조정됐고, 원면가격은 올해 저점인 7월 대비 30% 상승했다. 유럽도 폭염에 따른 가뭄으로 소맥 및 옥수수 생산 전망치가 하향조정되었으며, 폭염으로 가축 사육 비용이 증가하면서 축산물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구온난화 지속으로 올해 여름 폭염을 비롯한 이상기후 문제가 앞으로도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신냉전 시대로 원자재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온은 원자재 가격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