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종전의 확장재정을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고, 총지출을 올해 추가경정예산보다 대폭 줄여 나라살림 지표인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를 개선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추 부총리는 “건전재정 기조에서 서민 취약계층 기초생활 보장과 청년 지원 확대, 반도체 핵심전략 투자지원 강화, 재난대응 시스템 확충 등에 중점을 두고, 재원은 강도 높은 지출 재구조화를 통해 조달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 편성하는 내년 예산안 규모는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 원)보다 5% 정도 늘고, 2차 추경을 포함한 총예산(679조5000억 원)에 비해서는 30조 원 이상 줄어든 640조 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런 예산안을 9월 2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정운용을 전면 수술하는 방향은 7월초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제시됐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1% 정도인 관리재정 적자를 내년 3.0%로 대폭 축소하고, 2027년 국가채무비율을 GDP의 50%대 중반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유사·중복 민간보조사업의 대폭 정비, 공무원 정원·보수의 엄격한 통제, 교육교부금 전면 개편, 노인 등의 공공일자리 사업 축소 등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재정건전성 제고는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다. 재정은 국가운영의 근간이자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무리한 확장재정과 적자국채 발행으로 건전성이 크게 손상됐다. 2017년 400조 원 규모였던 본예산을 2022년 607조 원 이상으로 급격히 늘렸고, 5년간 10차례에 걸쳐 151조 원의 추경까지 편성했다. 2017년 660조2000억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작년 967조2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1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GDP대비 채무비율도 2017년 36.0%에 그쳤으나 작년 47.0%로 치솟았다. 올해 50%에 육박한다. 코로나 탓만도 아니다. 이전부터 선심성 복지나 노인·청년들의 일회성 공공일자리 대책 등에 재정을 쏟아부었다.
재정건전성이 반영되는 국가신인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한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국채금리 급등이 불가피하다. 건전재정을 위해서는 세출 구조조정 속도를 높여 긴축의 고삐를 확실히 죄는 건 물론이고, 빨리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으로 재정의 규율을 바로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GDP대비 관리재정수지를 -3% 이내로 유지하고 중장기 채무비율이 60%를 넘지 않도록 재정준칙을 설계하고 있다. 서둘러 법제화하고 즉각 실천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닥쳐올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높이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