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노사갈등] ③ 노조 "파업에 의한 업무 방해는 근로자 권리"

입력 2022-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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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기자 hyunho@)

사용자 측은 노조탄압을 위해 파업 노조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해왔다. 업무방해 혐의를 판단하는 기준이 상대적으로 모호해 법 적용이 어렵지 않고, 사용자가 고소·고발 주체가 돼 노조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이 될 수 있어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과정에서도 노조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지 않는다는 문구에 사용자 측이 동의하지 않아 합의 과정이 길어진 바 있다. 장기화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파업에서도 사용자 측은 조합원 일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동조합법 제2조는 노동관계 당사자가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가 파업이라고 규정한다.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 파업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법 전문인 권영국 변호사는 "그동안 파업 과정에서 빌미만 잡히면 업무방해죄로 고소·고발을 해왔다"며 "업무를 저해해야 파업인 것은 당연한데 업무를 방해했다고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는 것은 파업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전했다.

파업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손배소)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권 변호사는 "(파업 같은) 단체행동권은 헌법상 기본권"이라며 "절차 등 요건을 일부 위반한 것을 이유로 손배소를 제기하는 것은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봤다. 이어 "폭력·파괴 행위가 아닌 이상 노무 제공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손해를 물어내라고 청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석 변호사는 "유럽 등을 보면 노동조합에 손배소를 청구하기는 하지만 구성원 개인에게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개인에게 수십·수백억 원이 되는 기업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하는 게 말이 안된다. 어느 누가 파업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손배소 제기 자체를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 흐름이기도 하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그동안 업무방해죄를 개선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해왔다. 2017년 ILO 이사회는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한국 정부에 대해 "평화적인 파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가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사의자유 위원회' 보고서를 채택했다.

노조에 대한 손배소에 대해서도 국제사회는 꾸준히 우려를 제기해왔다. ILO는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배소는 노동조합의 존속에 심각한 재정적 위협을 야기하고,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축하며 이를 저지하기도 한다"며 한국에 지속으로 의견을 피력해왔다.

국내에서도 손배소 제기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의 파업 이후 정치권에서는 파업을 이유로 노조에 손배소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막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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