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비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쯤으로 오해한다는 하이브의 신인 걸그룹 뉴진스(New Jeans). 아이돌이란 사실을 알게 돼도 놀라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멤버들의 스타일링과 콘셉트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활동하던 1세대 아이돌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입니다.
‘세기 말’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돌이 요즘 세대에 먹히느냐고 물으신다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뉴진스는 데뷔와 동시에 ‘Z세대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는데요. 심지어 데뷔 음반은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 가운데 발매 첫 주 판매량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데뷔 한 달 차도 안 된 신인 아이돌이 유례없는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뉴진스가 순식간에 Z세대를 대표하는 인기 아이돌이 된 이유는 ‘차별성’에 있습니다. 현재 유행하는 아이돌 콘셉트과 팬덤 문화의 공식을 깬 점이 1020이 열광한 이유인데요.
뉴진스의 콘셉트는 ‘Y2K’(2000년대 초반)입니다. 반면 팬덤 문화는 그 어떤 그룹보다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최적화한 전략을 취했습니다. 즉 과거와 현대의 조합이 요즘 세대의 열광을 부르는 새로운 대중문화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리케이션 ‘포닝’입니다. 포닝은 뉴진스 전용 앱인데요. 과거 여러 아이돌 팬덤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플랫폼과 달리 한 그룹만을 위한 ‘전용 플랫폼’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포닝은 뉴진스 멤버들과 영상 통화를 하는 것 같은 실시간 스트리밍과 메시지 서비스, 사진첩, 그룹 스케줄 등의 서비스가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덕분에 아이돌과 팬 사이의 소통이 ‘우리들만의 공간’에서 이뤄지면서 소통이 더욱 긴밀해진 분위기입니다. 덕분에 팬들 만족도도 높은 편이고요.
뉴진스 팬이 아닌 Z세대가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포닝 앱이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인 Y2K 스타일의 ‘끝판왕’을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2000년대 초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한 것 같은 애플리케이션 화면 구성이 이들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가수와의 온라인 소통은 극대화하면서도 디자인 면에선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극대화돼 젊은 세대에게 참신하고 새로운 문화로 다가온 것이죠.
물론 이 같은 ‘덕질’ 문화가 자리 잡기까지는 그 역사가 유구합니다. 2000년대 초·중반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았던 ‘유에프오 타운’(UFO TOWN)이 대표적인데요. 지금의 ‘포닝’이 자리하기까지 팬덤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서비스라 할 수도 있습니다.
유에프오 타운은 2000년대 초·중반 아이돌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기 서비스였습니다. ‘덕질’을 열심히 했던 밀레니얼 세대라면 이를 ‘유타’라고 부르며 누구나 한번 쯤 사용해봤을 텐데요.
당시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하기 전이라 인기도 많았지만 그만큼 팬들의 비용 부담도 큰 유료 플랫폼이었습니다. 가수에게 개인 메시지를 받기 위해 문자를 마구 보내다가 수십만 원의 유료 결제 비용이 청구돼 부모님께 혼이 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가수와 팬 간 소통을 중재하는 데에선 현재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편의성과 활성화 면에서는 지금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 같은 단점이 보완되고 발전하면서 지금의 ‘뉴진스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포닝과 유에프오 타운 사이에는 디어유의 유로 메시지 서비스 ‘버블’도 있습니다. 이는 MZ세대 모두 적극 사용하던 플랫폼인데요. 아이돌 덕질 문화의 역사를 중개하는 서비스인 셈입니다. 현재도 뉴진스를 제외한 많은 아이돌 팬들이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버블은 유에프오 타운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한 달에 4500원을 내면 멤버 1명과 매칭 시켜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인데요.
팬 사인회나 콘서트에 드는 비용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덕질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다만 수백 개의 기획사의 수십 개의 아이돌 그룹이 참여 중이라 형식 면에선 어느 아티스트든 획일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결국 아이돌과 팬덤 간 소통 플랫폼의 최종판이 포닝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은 포닝을 넘어 더 개인화하고 더 긴밀한 소통이 가능해질지도 모르죠. 분명한 것은 팬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란 겁니다. 더 새롭고, 참신한 대중문화가 탄생하는 것이니까요. K-팝 문화, 포닝을 계기로 향후 변천사를 주목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