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0~90% 이상이 공개 찬성
"LH·SH 공기업 먼저 공개해야"
국토부·LH "신중한 검토 필요"
서울 집값의 거품을 빼기 위해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처럼 공기업이 분양원가를 완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적정 분양가격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분양시장의 거품이 제거되면 시장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반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분양원가 공개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9일 SH공사와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공동 주최한 ‘분양원가 공개와 서민주거안정’ 토론회에서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았던 노무현 정부 5년간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 대비 18배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시세가 23배까지 늘어났다”며 “분양원가를 공개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까지 약 10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6억 원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언급했다.
김 사장은 “2017년 5월부터 집값이 오르더니 30평 기준 평균 6억 원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12억7000만 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며 “이제는 도시근로자가 36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돈을 모아도 서울 아파트 1채를 살 수 없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의 경우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는 “강동·송파·강남·서초구와 강서 마곡지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서 분양원가를 상세하게 공개했다. 강남4구나 서울 어느 지역에 아파트를 짓더라도 25평 기준 토지비가 2억 원이 안 된다”며 “25평에서 30평 아파트를 지으면 분양원가는 3억 원에서 3억5000만 원이 들어간다. 그래서 4억 원이나 4억5000만 원에 분양해도 공사는 30%의 이익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하는 사회적 여건도 조성됐다는 게 SH공사의 주장이다. 김 사장은 “분양원가 공개는 공공의 경우 당연하다고 해서 대법원이 2006년부터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80~90% 이상이 분양원가 공개를 찬성했다”고 분양원가 공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와 LH 측은 SH공사와 LH는 다소 차이가 입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LH의 경우 전국에서 분양 및 임대주택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원가 공개 시 수도권과 지방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에 대한 교차보전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LH는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지방권의 손실을 보전하고 임대주택을 짓는 데 재투자하고 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수도권에서 분양가 인하 요구가 나올 수 있고 분양이익이 줄어들어 취약계층을 위한 재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강오순 LH 판매기획처장은 “분양원가를 공개해서 분양주택도 저렴하게, 임대주택도 저렴하게 많이 공급하게 되면 LH가 회계적으로 버틸 수 없다”며 “택지비는 아주 세부적으로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 대해서 택지조성원가를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선분양제도 하에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실익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요한 것은 분양 단계에서의 가격인데 그 부분은 제도적으로 통제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희관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장은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가격 인하라는 장점도 있지만, 주택공급 위축, 공사비 감소로 인한 주택 품질 저하, 사회적 갈등 야기 등 문제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원가를 정확하게 책정하기는 힘들다. 완공 단계에 가면 자재 가격부터 땅의 가격 등 모든 원가가 변동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원가를 공개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