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여야에 "역지사지 정치 하자" 당부
여야, 민생법안 선점 경쟁 돌입…종부세 완화, 안전운임제 등 쟁점 법안 산적
국감서 여야 '네 탓 '공방 예고…인사청문회, 정부 예산안 등도 뇌관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가 1일 개회했다. 100일간의 '여야 입법전쟁'이 시작 된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여야를 향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치를 하자"며 "국민의힘은 야당 시절,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사항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고 민주당은 여당일 때 효과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야당이 반대해서 하지 못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야 분위기는 김 의장의 당부와는 사뭇 다르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민생을 강조하지만 벌써부터 상대 당 공격에 열을 올리는 등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당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국정 수행을 지원하는 입법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실책을 제대로 견제하는 '강한 야당'의 모습을 확실히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야는 당장 '민생 법안'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 등 소위 '퍼펙트 스톰'이 우리 경제에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정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처리 법안부터 입장차가 크다. 국민의힘은 주요 입법 과제로 중소기업상생법·장기공공임대주택법·장애인 소방안전교육법, 부모돌봄급여법·생애최초주택활성화법·신도시특별법·반도체특별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을 꼽았다.
민주당은 서민주거안정법과 기초연금확대법, 최소주거보장법, 장애인 국가책임제법, 청년구직활동지원법, 중소기업 제값받기 교섭권 보장법, 납품단가연동제도입법, 온전한손실보상법, 노랑봉투법 등을 우선 처리 법안으로 정했다.
얼핏 비슷한 민생경제 법안으로 보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게 많다. 정기국회 내내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정부와 여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관련 법안이다. 이날 본회의 직전 여야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들이 일부 합의점을 도출하긴 했지만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관건은 1세대 1주택자의 기본적인 종부세 부담을 얼마나 낮추느냐다. 정부와 여당은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추고, 종부세를 부과하는 기준선을 공시가 14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에서는 '부자 감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납품단가연동제 등도 주요 쟁점 법안들이다. 안전운임제의 경우 국민의힘은 이해당사자 간의 자율적인 합의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여당에서도 중점 법안으로 내세우며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측에서 소극적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노동조합 활동에 따른 손해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노란봉투법 또한 '친기업 '기조인 여당에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현 정부와 전 정부를 향한 공세도 주고받을 전망이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서로 상대 정부를 탓하는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 정부가 들어서긴 했지만 출범 초기인 만큼 여당도 문재인 전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는 시점이다. 특히 야당에서는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나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을 비롯해 대통령실 사적 채용과 관저 공사 특혜 논란 등을 강하게 밀어붙일 예정이다.
민주당은 특히 법무부의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등 시행령 통치의 폐해를 바로잡고 정치보복 수사·감사를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더해 공석인 교육부ㆍ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도 여야 갈등의 뇌관이다. 야당에서는 예산안이 제출된 이후 부자만을 위한 '비정한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