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천장을 뚫자 외화 예금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4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58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19억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2억 달러 증가한 수치다.
달러 예금은 최근 4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 5월 약 536억 달러던 달러 예금은 6월 약 569억 달러, 7월 약 571억 달러로 불어났다. 환율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쟁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2009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환율이 1360원 선을 넘기면서 투자자들은 달러 예금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7월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내국인,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 예금)이 903억80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 달보다 33억2000만 달러 증가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중 달러화 예금이 28억6000만 달러, 유로화 예금이 5억7000만 달러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에서 시장이 연준의 강경한 긴축 의지를 확인함에 따라 주춤했던 달러화 강세가 재개됐다”며 “연준의 긴축으로 인한 강달러 환경이 이어지면서 역환율 전쟁 구도도 재차 심화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강달러 현상으로 외국인이 우리 증시에서 퇴장하면서 지수가 고꾸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연설 이전에는 환율이 오리고 있음에도 외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연속적인 순매수세를 보였다”며 “달러 강세 흐름이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외인도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세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