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증시, ‘잭슨홀 미팅’ 일주일 만에 5조 달러 잃어…‘역통화전쟁’ 격화 악재 직면

입력 2022-09-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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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 다우지수, 1개월 반 만의 최저치
달러·엔 환율, 24년 만에 140엔 돌파
호주중앙은행·ECB 등 이번 주 최소 ‘빅스텝’ 전망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7월 27일 트레이더들이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주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천명한지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 충격이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일파만파 번졌다.

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잭슨홀 미팅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약 5조 달러(약 6815조 원) 증발했다.

미국증시 다우지수는 전날 1.07% 하락한 3만1318.44로 마감해 1개월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지난달 26일 파월 의장 강연 이후 6거래일 동안 하락폭이 총 2000포인트에 육박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도 지난주에 전주 대비 990포인트 하락해 11주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2일 시점에 글로벌 증시 시총은 8월 25일 대비 4조9000억 달러 감소한 95조6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감소폭은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한 6월 중순 이후 2개월 반 만에 가장 컸다. 미국이 3조 달러 감소한 42조7000억 달러, 유럽은 5000억 달러 줄어든 13조8000억 달러였다.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 추이. 단위 조 달러. ※8월 26일 파월 연준 의장 잭슨홀 미팅 연설. 2일 시점 95조6000억 달러.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불과 8분간의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45차례나 언급하는 등 물가를 반드시 잡기 위해 긴축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서머랠리’를 펼쳤던 글로벌 증시 분위기가 급변했다.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증시와 채권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고 있다. 통화정책에 연동하기 쉬운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3.5%대로 상승(가격은 하락)해 2007년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에서도 독일 국채 2년물 금리가 1.2% 수준으로 올랐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강달러가 한층 가속했다.

지난주 달러·엔 환율이 24년 만에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140엔을 돌파하면서 미국 달러당 일본 엔화 가치는 1998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달 미국 달러에 대해 약 5% 하락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국민투표 충격이 시장을 강타했던 2016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유로화와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최근 110선에 육박하며 20년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고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임박했지만, 여전히 긴축 정책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며 “이에 엔화와 유로화 가치가 추가로 15%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달러·엔 환율 추이. 2일 종가 140.20엔. 출처 마켓워치
강달러에 맞서 자국 통화 가치를 지키려는 세계 각국의 ‘역통화전쟁’도 더 격화할 전망이다.

이번 주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호주중앙은행(RBA)이 6일, 캐나다중앙은행이 7일,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 각각 통화정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들 모두 인플레이션 억제와 더불어 연준 긴축 강화에 보조를 맞추고자 최소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0.75%포인트 인상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의 마쓰모토 사토이치로 일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거 10~20년은 경기후퇴 우려가 커질 때마다 연준이 완화정책으로 주가를 지지했다”며 “완화책을 기대할 수 없는 새로운 국면을 시장 참가자들이 이해하려면 몇 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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