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3인방 중 하나인 수산나(손다현)는 미국으로 유학을, 민영(윤아정)은 다른 지역 대학교로 진학을, 정희(김주아)는 고졸 상태로 청주의 한 테니스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서로 다른 삶을 시작한다.
의도치 않았지만, 점점 멀어지는 친구 관계를 섬세하게 다루며 제22회 전국국제영화제,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9회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휩쓴 독립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이 지난달 29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작품을 공개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재은 감독은 "친구 관계에서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게 내가 친구들을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출 계기를 전했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우정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개성 있는 소재로 묘사해 독특한 색깔을 완성한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삼행시 짓기, 비 오는 날 수경 쓰고 자전거 타기, 햇반으로 경단 만들기 등 여느 성장영화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장면들이 영화를 가득 채우며 주인공들의 특별한 관계를 드러낸다.
주된 변화는 타지역 대학교로 진학한 민영과 테니스장 아르바이트 중인 정희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모처럼 민영의 초대를 받은 정희는 캐리어에 각종 놀거리를 꾹꾹 눌러 담아 만반의 준비를 갖춰 그의 집을 찾지만, 정작 민영은 대학교 성적 정정 메일을 보내는 데에만 온통 신경을 쏟느라 자신에게 소홀하기 그지없다.
말없이 집을 비운 민영을 기다리던 정희는 우연히 그간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민영의 일상과 꿈, 좌절을 들여다보게 되고, 비록 자신을 서운하게 했지만, 여전히 애틋한 감정이 남아있는 소중한 친구에게 정성 어린 ‘친구 성적표’를 적어 건넨다.
이 감독은 “서운함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그 마음을 숨기지 않고 다 드러내고 갈 수 있는 용기에 대해서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공동 연출을 맡은 임지선 감독은 “스무 살 무렵을 통과한 분이라면 누구나 다 쉽게 따라가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 “이 영화가 그때의 감정이나 감성을 자극하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적표의 김민영’ 8일 개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