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위안 환율, 연내 7위안 돌파 전망
대중 수출 비중 높은 신흥국들 경제 불안 커져
한국 원화·터키 리라 등 동반 하락 가능성
연초 6.3위안 선에 고정됐던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에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며 4월 초까지 흐름을 이어갔다. 전쟁이 발발했던 당시 달러 의존을 낮추려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새로운 피난처를 찾으려는 미국 채권 투자자들까지 위안화에 몰리면서 글로벌 수요가 늘었고, 그 결과 강달러에도 위안화 가치가 유지될 수 있었다.
달러·위안 환율이 4월 중순 6.4위안을 넘기더니 이달 들어선 6.93위안 선까지 치솟았다. 환율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 기간만 6개월에 달해 2018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장 기간으로 기록됐다. 주요 글로벌 은행들은 위안화 가치가 계속 하락해 올해 환율이 7위안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상황이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와 중남미에까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가 저렴해지면서 수출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이들 국가의 수출 매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페루와 브라질은 자국 수출의 30% 이상을 중국에 의존했고, 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은 그 비중이 20%를 웃돌았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대중 수출로 얻는 이익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지난달부터 중국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과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짚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4.8%, 0.4%에 그치면서 당국이 연초 제시한 목표치인 ‘5.5% 안팎’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가 신흥국 수출 환경을 넘어 통화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골드만과 소시에테제네랄은 한국 원화를 비롯해 태국 바트, 말레이시아 링깃 등이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고, SEB은행은 멕시코 페소와 터키 리라 등이 가장 취약할 것으로 판단했다.
페르 함말룬드 SEB은행 수석 투자전략가는 “위안화가 추가 약세를 보이면 신흥시장은 자국 통화에 대한 하방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과 직접 거래하는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피닉스 칼렌 애널리스트는 “지난 10년간 중국과 신흥국간 무역·금융 관계는 눈에 띄게 강화했고, 깊어진 관계는 신흥시장 통화가 중국에서 벗어나는데 훨씬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